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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녀를 위해 목숨 걸고 기도하십니까?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8-14 조회수1,374 추천수13 반대(0) 신고
8월 14일 연중 제20주일-마태오 15장 21-28절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제 딸이 마귀 들려 몹시 시달리고 있습니다.”



<자녀를 위해 목숨 걸고 기도하십니까?>


부모님들의 애타는 심정에도 불구하고 방황을 거듭하는 청소년들, 나이가 들면서 문제행동들이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심각해져만 가는 청소년들, 그래서 결국 ‘법무부 밥’까지 먹게 되는 청소년들의 부모님들, 얼마나 마음고생들이 심한지 모릅니다.


가정법원에서 자녀들의 재판을 앞두고 대기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부모님들의 얼굴은 너무나 안쓰러워 보입니다.


오늘도 한 아이 어머니가 면회를 오셨는데, 무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는 아이대로 화가 잔뜩 나서 올라가고, 어머니만 면회실에 홀로 앉아 흐느끼고 계셨습니다. 아이 때문에 죽을 고생을 다 하시는 어머니 앞에 저도 할 말이 없더군요.


문제성이 있는 자녀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늘 안절부절, 노심초사하시는 부모님들, 가슴이 새까맣게 타 들어가실 것입니다.


자녀들 때문에 고생하시는 부모님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포기할 때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때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시고 나머지는 하느님 손길에 맡기십시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마귀 들린 딸의 어머니처럼 간절히 하느님께 매달려보십시오. 반드시 하느님께서 좋은 결실을 허락하실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가나안 여인이 마귀 들린 딸 때문에 받았던 마음의 고통의 얼마나 컸겠는가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매일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딸, 수시로 발작을 일으키는 딸, 그러느라 몸 어느 한 구석도 온전치 못한 딸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이 어떠했겠습니까?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죽을지 몰라 가슴이 조마조마한 어머니의 나날은 지옥과도 같은 나날이었을 것입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어머니는 잠시도 딸 주변을 떠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늘 조바심 속에 살아가던 어머니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예수님을 찾아옵니다. 소문으로 익히 알고 있던 예수님이었습니다. 충만한 자비, 연민의 눈길을 바탕으로 죽은 사람마저도 다시 살린다는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극진한 애정을 지니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나안 여인은 확신했습니다. 예수님은 분명히 자신의 딸을 살려주실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제 곧 낫게 된다는 생각에 서러웠던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떠올랐습니다. 마귀 들린 딸을 뒀다는 이유로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따돌림, 손가락질, 험담...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가까스로 가나안 여인은 예수님께서 머물고 계시는 장소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가나안 여인은 꼭 고쳐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힘을 다해 외칩니다.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이 순간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반응은 꽤 의외였습니다. 측은지심의 예수님께서 즉시 고쳐주실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예수님께서 약간 뜸을 들이십니다. 침묵하십니다.


이게 아닌데, 생각한 가나안 여인은 예수님 바로 앞까지 다가와서 무릎을 꿇습니다. 간절한 눈망울로 예수님을 바라보며 애원합니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이제야 알아들으셨겠지’ 했었는데, 아직도 뭔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한 어조로 거절하십니다.


“자녀들이 먹을 빵을 강아지에게 던져주는 것은 옳지 않다”


오직 딸을 살려야겠다는 일념 하나뿐인 가나안 여인에게 이 정도 수모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더욱 예수님 가까이 다가가서 온 몸과 온 마음을 다해 이렇게 외칩니다.


“주님, 그렇기는 합니다마는 강아지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주워 먹지 않습니까?”


가나안 여인의 딸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 참으로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한 모정(母情)입니다. 딸만 살아난다면 자신은 개가 되어도 좋은 여인이었습니다. 딸을 위해서 자존심은 버린 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이런 어머니 앞에 예수님께서도 마음을 바꾸십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여인아, 참으로 네 믿음이 장하다. 네 소원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오늘 이 시대, 총체적 교육의 위기 상황에서 성장기에 있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정규학교를 위해 소요되는 학비만 해도 만만치 않은데, 몇 곱절이나 되는 사교육비 충당하시느라 허리가 휘청거리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피를 말리는 경쟁사회에 살아남기 위해 죽을 고생을 하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입니다. 또한 왜곡된 교육구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이유로 심리적, 정신적 부담을 안고 고통 속에 살아가는 청소년들 보듬어주시느라 또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오늘 이런 우리 자녀들을 위해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가나안 여인처럼 예수님 앞에 무릎 꿇고 간절히 기도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냥 기도가 아니라 가나안 여인처럼 자녀를 위해 목숨 걸고 한번 기도해보면 좋겠습니다.


비록 장기전이 될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아닌’ 교육구조, 모든 청소년들을 끔찍한 세월로 몰고 가는 ‘비인간적인’ 교육구조를 바로잡아나가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고민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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