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강아지보다 못한 인간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5-08-14 조회수1,024 추천수10 반대(0) 신고
    마태: 15,21-28 다급하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주님께 기도를 한다. 그러나 그분은 거듭되는 간청에 묵묵부답일 때가 많다. "예수께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그럴 때 슬그머니 꼬드기는 소리도 들린다. "차라리 현실적인 다른 방법을 써보는 것이 어떤가?" 마치 오늘 제자들이 여자의 옆에서 하고 있는 인간적인 위로처럼... "저 여자가 소리를 지르며 따라오고 있으니 돌려보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런 주위 사람들의 꼬드김과 방해를 극복해내고도 가끔은 불같은 질투 때문에 스스로 포기하게 될 때도 있다. "나는 길 잃은 양과 같은 이스라엘 백성만을 찾아 돌보라고 해서 왔다" 어떤 이에게는 즉각적인 응답이 오는데 유독 나에게만은 인색하신 분같다. "주님, 저를 도와 주십시오". 또 다시 용기를 내어 바짝 다가서본다. 잠시나마 옹졸했던 못난 마음도 반성해본다. 그래도 그분은 움직일 줄 모른다. 아무래도 그분은 몇몇 사람들에게만 아버지요 보호자인 것같다. "자녀들이 먹을 빵을 강아지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그동안 그분을 주님으로 부르며 살았던 세월이 모두 허사가 된 듯하다. 그분께 개처럼 취급되고 있으므로... 수치와 조롱과 모욕이 사방에서 밀려온다. 이런 시점에서야말로 최종적인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그동안의 일을 똑바로 보고, 정면 대결을 해야 한다. ...... "주님, 그렇긴 합니다마는..." 그렇다.
    이 말 한마디 나오기가 그토록 오래 걸렸다. 언제나 그렇듯 오늘도 내 꼴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누가 나를 꼬드겼던 것도 아니고 방해했던 것도 아니다. 수시로 일어나는 내면의 혼돈이 나를 흔들었던 것이다. 순간 순간, 잘못에 대해 반성도 하고 회개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회개를 가장한 협상이었을 때도 있었음을 인정한다. 다른 사람의 식탁과 내 식탁을 늘 비교하며 차려주신 음식에 불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아무 것도 응답받지 못한 사람처럼 침묵으로 일관한다며 원망을 퍼부었다. 나는 늘 온전한 그것!을 원했는데 주신 것은 늘 시시한 부스러기들 뿐이었다고 투덜대왔다. "...강아지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주워 먹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주님! 이제는 저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입니다. 그만큼 사랑하고 예뻐해주었으면, 강아지도 제 주인만은 알아보는 법인데... 은총을 모르고 투덜대기만 한, 강아지만도 못한 인간이 바로 저입니다. 그동안 내가 그토록 하찮게 여기던 그 부스러기들이 가난하고 겸손한 영혼 오천명에게 돌아갔다면 그들을 배불리 먹이고도 12광주리나 남았을 귀중한 양식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주님, 못난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오늘 복음의 가나안 여자처럼 염치불구하고 한번 더 용기를 내어 당신 식탁에 다가갑니다. 그 소중한 부스러기들을 다시 내려달라고 청하는 이 손을 거절마옵소서. 이제는 공손히 두 손모아 그 귀중한 생명의 양식을 받아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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