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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물처럼 바람처럼 그렇게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8-16 조회수1,135 추천수19 반대(0) 신고
8월 16일 연중 제20주간 화요일-마태오 19장 23-30절


“거듭 말하지만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 나가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물처럼 바람처럼 그렇게>


어느 정도 재산을 가지고 있어야 부자(富者)라고 하는지는 사람들마다 잣대가 다르겠습니다만, 오늘 복음을 읽는 어떤 사람들은 속이 좀 상하기도 하고, 그럼 어떻게 처신해야하나  고민되기도 할 것입니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분들, 사는 게 그런대로 괜찮은 분들, 나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분들...‘뭐 이런 복음이 다 있나?’ 하고 의구심을 가질 만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겠다는 말씀을 한두 번도 아니고 거듭 되풀이해서 강조하십니다. 그리고 들어가기 어려운 정도도 ‘어느 정도’가 아니라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복음을 읽는 어떤 분들은 속이 많이 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 내가 지니고 있는 재산이 어떤 재산인데? 내 피와 땀이 어린 재산이 아닌가? 남들이 빈둥거리는 시간에, 남들이 세상모르고 잠자는 시간에도 두 눈 부릅뜨고, 코피 터지도록 일해서 겨우 겨우 모은 돈인데, 그래서 이제 남부럽지 않게 살게 되었는데, 그렇게 노력해서 넣게 된 재산인데, 그 재산 때문에 하느님 나라에 못 들어간다고? 말도 않되!”


맞는 말씀입니다. 남의 눈에서 피눈물 나게 만들고, 부정한 방법으로 축척한 재산을 소유한 부자들과 성실하고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해서 재산을 모은 부자들은 당연히 구별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강조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어려운 사람들은 재산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세상 살아가다보면 있다가도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 재산임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재산에 목숨 거는 사람들입니다. 돈이 최고라고 여기는 사람, 그래서 없이 사는 분들 경멸하고 무시하는 사람들입니다.


안하무인(眼下無人)이란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너무 교만해져서 자기가 최고라고 여기기에 쉽게 남을 업신여기는 것을 말합니다.


스스로를 생각하기에 전지전능한 구세주라도 된 것인 양,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속에 별로 든 것도 없으면서 만물박사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합니다. 보고 있노라면 눈꼴사나워 참을 수가 없습니다.


능력도 안 되고 자질이 없는 사람이 ‘한 자리’에 앉게 되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갑자기 다가온 횡재 앞에 잠시 제 정신을 잃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어려운 부자’는 바로 이런 사람들을 지칭한다고 생각합니다.


재산이란 때로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수도 있습니다. 비록 재산이 많다 하더라고 재산에 대한 집착을 버린 부자들도 있습니다. 재산에 대한 집착을 버린 사람들이란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재산을 쓸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사람을 말합니다. 하느님의 명령과 섭리가 요구하는 대로 자신이 지닌 재산을 과감하게 사용할 수 있는 부자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먼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입니다.


제대로 되먹지 못한 사람, 악인(惡人)이 재산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불행한 일이 없습니다. 악인의 재산은 죽음으로 직행하는 도구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제대로 된 사람, 선인(善人)이 재산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행복한 일이 다시 또 없습니다. 선인이 재산을 가지고 있다면, 본인에게는 선행과 공덕을 쌓는 도구가 되며, 하느님께서는 기쁨이 됩니다. 이웃들에게는 구원이 됩니다.


진정 어려운 일이 되겠지만, ‘자발적 청빈’은 완덕으로 가는 가장 훌륭한 길입니다. 자발적 청빈은 복음의 길이며, 하느님께서 가장 기뻐하실 일입니다.


재산과는 담을 쌓고 살아가는 저희 수도자들, 그리고 ‘재산의 축척’, ‘부자’ 이런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 오늘 복음은 약간 다르게 해석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그 어떤 대상이든 지나치게 집착하면, 마찬가지로 우리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어렵게 됩니다.


어느 정도라야 하는데, 자식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 결과가 ‘마마보이’입니다. 그 결과가 부모 고생한 것은 조금도 안중에 없는 ‘싸가지 없는’ 자식입니다. 그 부모들은 이 세상에서 지옥을 체험합니다.


자리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연연해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 결과는 ‘대안이 없다’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착각하는 장기집권자, 독재자입니다.


건강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결과는 ‘건강염려증’입니다. ‘병원순례증’입니다.


모든 것이 다 그렇습니다. 지나침은 덜함만 못합니다. 우리가 물처럼 바람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적당하게, 무리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갔으면 합니다.


그 어떤 대상이든 집착에서 떠날 때, 우리는 ‘작은 천국의 체험’을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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