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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퍼온 글) 그리운 아버님
작성자곽두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8-16 조회수835 추천수2 반대(0) 신고

  그리운 아버님   


 

어제 강진을 갔습니다. 시어머님 소원대로 돌아가신 시아버님을 절에 모시는 날이었지요. 당신의 딸들은 모두 교회나 성당에 다니지만 며느리들은 무종교인데다 여태 바빴던 제가 좀 한가해졌고, 저는 또 큰며느리입니다. 내세라는 게 있는 건지 없는 건지는 잘 모르지만 생전에 법 없이도 사셨던 아버님을 저는 존경했어요. 말씀은 별로 없으셨지만 어디가 아프시다가도 제 목소리 담긴 전화 한통에 아픈 곳도 씻은 듯 나으신다는 그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고 아버님의 손길이 닿았던 시댁의 정원은 또 얼마나 휑한지…….

아버님은 제가 결혼하고 16년이 지나는 동안 한번도 저희 집에서 주무신 적이 없어요. 집을 사고 가게를 사 개업을 하는 등 여러 일들을 치루는 동안에도 아파트에 들어오시면 한 바퀴를 휘 돌아보시고는 바람처럼 현관을 나서시고는 했지요. 주무시고 가시라 해도 그러면 일하는 며느리 힘들까봐 늘 됐다 됐다 하셨지요. 어느 날은 친구분하고 함께 오셨길래 제가 고집을 피워가며 한정식 집에 모시고 갔더니 두고두고 칭찬을 하셨어요. 제가 손수 해드린 것도 아니고 손님이 오시면 으레 모시고 가는 곳인데도 말입니다.

아버님은 늘 그러셨어요. 며느리인 제가 하는 일이면 언제나 미소로 칭찬해 주셨고 제가 당신 집안에 들어온 뒤로부터 모든 일이 만사형통으로 풀렸다며 고맙다 고맙다 하셨어요.

용돈을 드려도 너한테 받기만 했지 해 준 게 없으시다며 미안해하시던 아버님의 잔잔한 그 말씀들이 지금 생각하니 신랑과의 갈등의 벽도 낮춰주었고 시누이나 시어머님과의 관계에서도 부드러운 윤활제였지요.

그래도 살아계실 때는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만 있었어요.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입으로 나왔어야 했는데 자식들은 늘 뒤늦은 후회로 통곡을 하는 거라더니 제가 꼭 그랬어요. 돌아가시니 너무 못해 드린 게 많고 너무 잘못한 것도 많고…….

무엇보다도 제가 아버님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얼마나 존경했는지 그 말씀을 드리지 못했어요. 아버님 시신을 붙들고 아무리 흔들어도 말씀이 없으셨어요. 아버님의 얼굴에 내 얼굴을 부비며 손도 만지고 가슴도 맞대보고 애타게 불러 봐도 대답이 없으셨어요. 돌아가시고 나서야 처음으로, 마지막으로 아버님을 안아 보았어요.

진즉에 손도 잡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도 할 걸 뒤에서 끌어안고 아버님이 좋아요. 그렇게 말도 해볼 걸 아버님이 저한테는 위안이자 힘이었고 햇살이었다고 그렇게 말할 걸…….

글:청보리 

-름다운 상을 드는 람들

(http://www.asemans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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