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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퍼온 글) 이렇게라도 효도할 수 있다는
작성자곽두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8-17 조회수810 추천수1 반대(0) 신고

이렇게라도 효도할 수 있다는

 

 

어르신들과 야유회를 갑니다. 계곡과 나란히 있는 농장에서 훈제 오리와 돼지고기에 소주잔이 오고 갑니다. 상추에 오리고기 한 점, 파저리와 묵은 김치를 얹어 쌈을 만듭니다.

 

한 입씩 넣어드리는데 너무 쑥스러워하시는 몇 분 아버님들...
"한 입 드시면 안 잡아먹지요." 한 분도 빠짐없이 입에 넣어드립니다. 오고가는 정일까요. "한 번 먹으면 안 잡아먹지요."

 

그렇게 한 입씩 넣어 드리고 나서 다시 소주병을 들고 모든 아버님들께 잔을 권합니다.
"삥아리 눈물만큼만 드릴게요."
"오리 눈물만큼 받으세요." 그렇게 살갑게 오고간 술잔,
저녁노을에 달아오르는 호수처럼 분위기가 무르익어 갑니다.

 

소면과 누룽지로 점심을 먹고 양동이에 수박화채를 담아 들고 계곡 위로 올라갑니다. 두 아버님은 팬티마저 벗고 나무 그늘 물가로, 어떤 분은 옷을 입은 채 소 안으로, 몸이 불편한 아버님들을 제외하고 모든 분들이 팬티 바람으로 계곡에 몸을 담금니다.

 

수건 한 장 들고 아버님들 등목을 해 드립니다.
"등을 밀어주니까 너무 시원하네요."
"우리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살아오신 세월만큼 낡아지고 처진 살갗, 삶의 무게만큼 휘어진 등을 밀어드립니다. 등을 밀어드리는데 자꾸 돌아가신 아버지 얼굴이 떠오릅니다. 아버지 등목 한 번 해 드리지 못했는데, 이렇게라도 효도할 수 있다는 감사의 마음이 푸른 숲을 따라 계곡으로 흘러갑니다.

 

글: 사랑수      

-름다운 상을 드는 람들

(http://www.asemans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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