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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1) 새 성전 첫 미사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5-08-17 조회수858 추천수9 반대(0) 신고

 

우리 본당은 가건물 성전에서 지낸지 20년만에 새로 성전을 지었습니다.

아직 공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며칠전 새 성전으로 들어갔답니다.

가건물을 헐고 조경을 끝내야 준공 검사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가건물 성전에서 지내다가 제대로 된 새 성전에 들어가니 마치 촌부에서 귀부인이 된 것같은 그 묘하고 복잡한 기분을 말로서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규모가 작은 성당임에도 불구하고 내 눈엔 그저 으리으리하고 웅장하고 너무 황홀해서 붕 뜨는 기분인 거 있죠?  오랫동안 가건물 조립식 모습에만 익숙해 있었던 눈높이에 새 성전은 그보다 더 감격스럽고 좋아 보일 수가 없습니다. 

 

하도 오래 성전을 짓지 못해 우리 본당의 예수님은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아니라 부활하신 예수님으로 긴 십자가를 왼손에 잡고 하늘로 훨훨 날아오르는 모습으로 성전 제대 바로 뒤 중앙 벽에 금방이라도 비상할듯  붙어 계십니다. 그 모습이 또한 참으로 아름답고 장엄해 보입니다. 그 예수님 모습을 쳐다보면 저 자신도 하늘로 훨훨 날아오르는 기분이 듭니다. 첫 미사때 주교님도 오신 자리에서 신자들의 마음을 모아 올린 글을 소개합니다. 글도 제가 썼고 낭독도 제가 했답니다.

 

 

   < 성전 신축 첫 미사를 드리며>

 

산에 가서 나무를 찍어다가 나의 성전을 지어라.

나는 그 집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거기에서 내 영광을 드러내리라.

 

어느 날, 하께서의 말씀 한 구절이 가건물 성전 맨 앞에 걸렸을 때, 저희들은 이제 성전건축이 시작되려는가 그저 막연하게 느꼈을 뿐 반신반의하는 마음이었습니다.

19년동안 이루지 못한 성전건축이었기에 실감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선, 우리 모두에게 놀라운 은총으로 힘과 용기를 주시어 이렇게 당신의 성전을 역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주님!

당신의 은총에 감사하나이다.

 

생각해보면 굽이굽이, 참으로 눈물겹고도 힘겨운 시간들이었습니다.

모두가 어려운 형편에 정성껏 성전건축 신립금을 책정하고 힘을 모았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가벼운 주머니를 털어 정성을 보탰습니다. 형제 자매들은 여름엔 비지땀을 흘리고, 겨울엔 손발이 꽁꽁 얼면서도 온갖 궂은 장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다른 성당에 가서 장사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옷 장사, 떡 장사, 계란 장사, 배추 장사, 소금 장사, 생선 장사, 기름 장사, 묵 장사, 나물 장사까지, 무슨 장사인들 안 해 보았겠습니까?

어떤 장사를 해서 봉헌금을 만들까? 구역장들의 머릿속은 늘 그 궁리로 바빴습니다.

고생을 고생으로 여기지 않고, 봉사자들은 힘을 모았습니다.

주님의 성전이며 우리 모두의 성전을 열망하는 열정이 있었기에, 힘을 내고 또 힘을 내었습니다.

 

연로하신 할머니들은 헤아릴 수도 없는 묵주기도를 바치느라 손바닥에 굳은 살이 박혔습니다.

주임 신부님은 봉헌금 모을 곳을 찾아 이 성당 저 성당으로 하루종일 미사와 강론으로 강행군을 하시며 지칠대로 지치셨습니다.

그런 날이면 보좌 신부님은 본당 미사를 도맡아 하시느라 목이 쉬셨습니다.

주임 신부님을 수행한 사목위원들은 엄동설한에 남의 성당 마당에서 추위에 떨며, 홍보하랴 봉헌금 서약서 받으랴 손발이 어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주임 신부님께선 무려 5~6개월 동안, 평일의 4~5일씩을 밤마다 전 구역을 돌며, 구역 미사와 면담으로 보내셨습니다.

자정이 다 되어 면담이 끝나고 나면, 사목위원들과 대책회의를 하느라 새벽 한 시 두 시를 넘기기가 예사였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피곤에 지친 몸으로 밤이슬을 맞으며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이 있기 까지 어느 누구, 어느 한 사람의 정성과 힘인들 들지 않았겠습니까?

신부님과 수녀님을 비롯하여, 모든 교우 한 사람 한 사람의 눈물겨운 땀과 정성이 한 장 한 장 벽돌로 쌓여져 이룩된 주님의 거룩한 성전입니다. 우리 모두의 보금자리인 성전입니다.

 

이 모든 역사하심이 주님께서 이끌어주시는 은총 속에, 우리 모두의 주님께 향하는 사랑과 열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제 오늘, 우리 모두 이렇게 주님의 성전이며 우리의 성전에서 기쁨과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산에 가서 나무를 찍어다가 나의 성전을 지어라.

나는 그 집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거기에서 내 영광을 드러내리라.

 

주님!

저희들은 당신의 말씀대로 당신의 성전을 지었습니다.

저희들은 당신의 성전에서 드러내는 당신의 영광을 보기 위해 이렇게 모였습니다.

이제 당신의 성전에서 마음껏 영광을 드러내소서!

주님의 성전이여! 영원하소서!

우리 모두의 성전인 XX동 성당이여!

영원불멸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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