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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활묵상] 보라색 남자 고무신
작성자유낙양 쪽지 캡슐 작성일2005-08-18 조회수1,052 추천수9 반대(0) 신고
        
                                 
                        
                
                

                                
                        

                
                
                
                

안녕하세요?


+ 우리 모두 평화

요즈음 도통 보기 드믄 하얀 남자 고무신을 선물로 받은 적이 있어 처음 뵙는 분들을 공항으로 마중나갈 때면 알아보기 쉬우라고 신고 나가곤 하는데 보는 이들이 이상하게 생각도 하고 재미있어 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미국에서는 더욱 보기 힘든 고무신이라 애착이 가는 것 중에 제일 아끼는 물건이 되기도 합니다.

검정 고무신도 한켤레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알아차린 어느 분이 말랑말랑한 보라색 고무신을 선물로 사 주셨습니다.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언제 이 고무신을 신어 볼까? 기다리고 있던 중에 영등포 역에 있는 롯데백화점에서 본당 교우 자매님을 만나기로 하여 나가려는 순간  갑자기 쏟아지는 소낙비가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가방에 싸 두었던 고무신을 꺼내 신고 차박 차박 소리를 내며 발걸음을 떼니 편안하기가 이를 때 없었습니다.

손님을 만난다고 화장을 곱게 하고 어깨에는 핸드빽을 둘러메고는 보라색 남자 고무신을 신고 가는 저를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속으로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 입니다.

사방을 둘러 보아도 나와 같은 차림을 한 사람은 찾아 볼 수도 없었고, 같이 지내는 친구 주영이 조차도 이런 차림으로는 죽어도 밖에 나갈 수 없는 것이라고 옆에서 불만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넙적한 발을 갖고 있는 것도 문제였지만 답답한 것을 싫어하는 저는 꽉 끼는 구두 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있습니다.

엽기적인 모습이었겠지만 편안해서 좋았습니다.
늘 틀에 끼인 모습으로 살아왔던 답답함을 풀어버리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잠시 묵상을 해 봅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이것 저것 이러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속에서 지냈던 일들이 떠 올랐습니다.

주위에 시선들이, 그리고 체면을 차리려고 가려졌던 허울들이 언제나 나의 삶에 걸림돌이 되었던 것만 같습니다.

물론 남들에게 혐오적인 것들을 보여서는 안되지만 오늘 정다운 고무신을 신어보면서 전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느낄 수 있는 삶의 편안함을 허울좋은 가리개에 가리고 살아왔던 것만 같습니다.
그런 가리개에 내 자신을 가리다 보면 나의 진실을 그대로 나타내기에는 부족한 것이 많은 것입니다.

체면을 위해서, 또 나의 모자람을 감추기 위해서 내 진실을 감추고 살았던 삶이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

그렇습니다.
언뜻 보면 미친 짓인 것 같지만 전 오늘 많이 걸으면서도 발이 편안했습니다. 부끄러움을 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내 마음에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애를 쓰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진정한 삶이 아닌 것 같습니다.

늘 솔직한 편이라 때론 푼수댁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에게도 감추어진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았던 것입니다.

오늘 편안함을 주는 고무신을 신으면서 내 안에 은근히 자리잡고 있던 감추어진 체면과 부끄러움을 훨훨 털어버리면서 흐르는데로 살아가야겠다는 어느 님의 가르침에 한 발 다가서 봅니다.

시원치 않은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 사랑 안에서 사랑메세지 보내 드립니다.
사랑해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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