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빈손으로 떠난 여행길
작성자김창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5-08-22 조회수796 추천수8 반대(0) 신고
 

   휴가를 얻어 집 사람과 먼 길을 다녀왔습니다.  떠나기 며칠 전에는 들뜬 마음에다 어찌나 분주했던지 모릅니다. 여권에 비자를 받고 항공예약 후 티켓을 구입하고 모텔예약과 환전을 했습니다. 양복 한 벌과 와이셔츠, 그리고 넥타이는 옷걸이가 있는 가방에 넣어 따로 들고 큰 가방에는 간편복과 갈아입을 내의, 양말과 세면도구를 넣었습니다.


   기내에 가져갈 작은 가방에는 면담자료와 각종자료들을 준비하였지요. 여행길에 읽을 책 몇 권과 작은 성서 그리고 묵주는 물론 국제전화카드와 구급약까지도 꼼꼼히 챙겼습니다.  만나 볼 분들에게 정이라도 표시하려고 몇 가지 선물도 포장하여 넣었습니다.  간편한 짐이 아니었습니다.


   짐을 챙기면서 예수님이 여행길에 오르셨다면 어떻게 하셨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전대에 금이나 은이나 동전을 넣어가지고 다니지 말 것이며 식량자루나 여벌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도 가지고 다니지 말라고 분부하셨지요.(마태 10,9-10: 루가10,4-7) 그러고 보면 여행 가방이나 배낭은 물론 돈주머니와 지갑조차도 갖고 다니지 않으셨을 테고, 어떤 도시나 마을에 들어가면 마땅한 사람의 집을 찾아 "평화를 빕니다.”라고 인사하고 들어가 떠날 때까지 머무르셨겠지요.


   공항에 도착하니 한때 같은 식탁에서 빵을 나누며 포도주를 마셨던 친지 내외분들이 마중을 나와 주었습니다. 빈방이 둘이 있고 자동차도 있으니 자기 집에 묵으면 되는데 왜 비싼 돈 주고 모텔에 투숙하느냐고 꾸중하신 분, 교구와 성당을 찾을 때 차편을 제공해 주신 분, 저는 기억에 없는데도 한국에 갔을 때 신세졌다며 식사를 꼭 대접하시겠다는 분, 차라도 들며 복음나누기를 하자고 식사 후에 초대하신 분, 먼 길을 오시는데 무슨 선물까지 준비하셨느냐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형제자매님들의 모습에서 제자들이 가진 것 없이 빈손으로 떠난 여행길을 묵상할 수 있었습니다.  먼 길을 나서면서도 먹을 것과 입을 것과 묵을 곳을 걱정하지 않고 빈손으로 떠나지만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의로운 것을 구하면 족하다는 말씀이 새롭게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주님의 종이 되려고 나선 여행길에서 저희 내외는 형제자매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고 참 행복했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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