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보자애원에서 온 편지
봉사활동이 성적에 반영되면서 거리도 멀고 교통마저 불편한 이곳 영보자애원 부랑인 시설까지 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학생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기 위해 주방을 들어갔을 때였습니다. 중학생 네 명이 식사를 마친 뒤 자신의 식판을 설거지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식판을 본 순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긁어모으면 세 숟가락은 될 밥알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것을 보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점심을 먹는 학생들 주변에 생활지도원과 상담실 직원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한사람, 밥을 남기지 말고 깨끗이 먹으라며 충고해 주는 직원이 없었나봅니다. 하는 수 없이 제가 나섰습니다.
"이 밥알 하나를 땅속에 심으면 백배의 결실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생명과도 같은 것인데 왜 이렇게 많이 남겼어요. 지금 북한에서는 여러분들의 친구들이 먹을 게 없어서 굶어죽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밥을 버릴 수 있나요? 밥을 버리면 생명을 버리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그러니 지금 당장 다시 가서 깨끗이 먹고 오세요."
순간, 당황한 학생들이 식당으로 다시 들어가 한쪽에 앉더니 식판에 남은 밥을 긁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직원선생님의 얼굴이 빨개집니다.
글:민들레수녀 사진:주영승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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