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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 푼짜리 인생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5-08-27 조회수967 추천수8 반대(0) 신고

    연중 제21주간 토요일 말씀(1데살 4, 9-11; 마태 25, 14-30) 나 어렸을 때는 공부를 잘하면 다른 재주는 없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 아이들을 소위 공부벌레라고 불렀다. 그런데 요즘은 공부는 기본, 최소 악기 하나는 연주할 수 있고 운동도 만능에다 멋지게 놀기까지 잘해서 인기 캡짱인 아이들이 허다한 세상이다. 이런 아이들은 대개 얼굴까지 번듯하게 생겼다. 한편에선 공부가 아니라면 무슨 재능을 개발해 주어야 할까 고민인 아이도 있고, 한편에선 무엇을 전공으로 골라야 할지 모두 잘해 고민인 아이도 있으니. 이럴 때 낳아준 부모가 원망스럽고 하늘이 원망스러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늘 복음에서 한 달란트 달랑 받은 사람의 심정이 바로 이렇다. 감사할 게 있어야 신이 나서 활용을 해보지 않겠는가? 소심한 사람은 그것마저 까먹을까 주눅이 들어 파묻어놓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주인은 많이 받아 많이 불려서 신이 난 녀석들에게는 칭찬을 한다. '착하고 충성스러운 종'이라고. 처음엔 해 놓은 것이 없어 풀 죽어 있던 한푼짜리 인생은 슬슬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맡겨놓은 한푼을 보란듯이 도로 내놓으며 소리쳤다. "저는 주인께서 심지 않은 데서 거두시고 뿌리지 않은 데서 모으시는 무서운 분이신 줄 알고 있었습니다." 주인에 대한 원망, 비난, 도전이 배어있는 뼈있는 말이다. "그래서 두려운 나머지 저는 주인님의 돈을 가지고 가서 땅에 묻어 두었습니다. 보십시오. 여기 그 돈이 그대로 있습니다." '자, 책임은 워낙 내게 짜게 주신 당신 탓입니다.' 라는 말이다. 주인은 자신의 불공평한 처사를 반성하기는커녕, "누구든지 있는 사람은 더 받아 넉넉해지고 없는 사람은 있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저 쓸모없는 종을 바깥 어두운 곳에 내쫓으라." 이 주인이 하느님을 말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그런데 눈씻고 봐도 자비로우시고 공의로우신 모습은 없다. 소외되고 가난한 이의 변호자이신 하느님께서 부익부 빈익빈의 세상을 두둔하고 가진 자의 편을 드니 어찌된 일인가?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이 탄생했다. '심판이란 콩 심은데 콩나게 하고 팥 심은데 팥나게 하는 것이다' 이현주 목사의 책에서 본 글귀다. 심은대로 거두게 하는 것이 심판이고 정의다. 그렇다.
    심은대로 거두게 하는 것. 별것 아닌것같이 보이는 그것은 분명 대단한 희망을 주는 말이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댓가만, 꼭 그만큼만이라도 거두어드릴 수 있어도
    얼마나 세상은 살기 좋을까? 비유의 주인은 각자의 능력에 맞는 결실을 원하시는 분이시지 결코 다른 이와 비교 평가하지 않으시는 분이다. 여기서 다섯 개의 달란트를 받은 사람이나 두 개의 달란트를 받은 사람이나 모두 <똑같은> 칭찬을 받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도 그 한 달란트를 활용했으면 좋았던 것이다. 누구나 그가 얼마를 받았던지간에 자신의 능력을 한껏 활용하여 자신의 인생을 좀더 풍성하게 열매 맺어야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비유다. 같은 비유라도 루가 복음에서는 사람마다 똑같은 달란트를 받는다. 이 똑같은 달란트는 말하자면 하루 24시간처럼 인간 모두에게 부여된 같은 조건을 말한다. 결국 둘 다 주어진 삶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에 대해 숙고해보라는 비유이다. 우리의 모습이 모두 다르듯이 능력도 주어진 환경도 모두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자연물은 똑같은 규격품은 결코 없다. 인간이 만든 것과 하느님이 만드신 것의 차이는 그 다양성에 있으며 그럼에도 저마다의 유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그러니 쓸데없이 남과 비교하여 좌절하고 열등감에 절어 세상을 탓하며 인생을 허비하지 않도록 하라는 말씀이다. 독서의 말씀도 작은 일상의 일을 등한시 하는 사람들을 향한 말씀이다. 예수님의 재림이 곧 온다며, 자기에게 부과된 일상의 일들을 등한시하고 하늘만 쳐다보며 사는 사람들에게 울리는 경종이다.
    바울로 사도는 형제적 사랑 실천도 좋고 기도도 좋고 다 좋지만, 조용히 자기의 손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일에도 힘쓰라고 권면한다. (데살로니카에선 아무 일도 하지않고 기도와 선행에만 치중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전에 지시한 대로 조용히 살도록 힘쓰며 각각 자기의 직업을 가지고 자기 손으로 일해서 살아가십시오." 복음은 주님이 주신 능력을 활용하여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한다. 독서는 일상의 일들을 소홀히 여기고 교회만 뛰어다니는 것이 열심히 사는 것은 아니라고 가르친다.
      한푼짜리 인생도 없고, 한푼짜리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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