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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머를 마이 멕이야지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9-02 조회수797 추천수10 반대(0) 신고
9월 3일 토요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일-루가 6장 1-5절


“당신들은 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것입니까?”



<머를 마이 멕이야지>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예수님과 제자 일행의 삶이 꽤나 팍팍했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복음 선포를 위해 출가(出家)한 그들의 하루하루는 노숙인들의 삶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을 것입니다. 일정한 거처도 없이 매일 잠자리를 바꿔가며 기약도 없는 나그네 생활을 계속했습니다.


때로 재수가 좋아 인정 많고 인심 후한 마을에라도 묵게 되면 한 끼 거나하게 얻어먹기도 했겠지만, 언제나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굶기를 밥 먹듯이 하던 나날도 부지기수였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짠한’ 예수님과 제자들의 춥고 배고픈 인생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남의 밭에 심어져있는 밀 이삭을 잘라 비벼서 먹었겠습니까?


예수님과 제자 일행은 어떤 면에서 복음 선포를 위한 노숙인 그룹이었습니다. 이슬 피할 곳만 생기면 적당히 잠든 날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나마 주면 감사히 먹고, 안주면 굶는 그런 나날도 많았을 것입니다.


굶주림에 시달린 어떤 제자의 신조는 ‘기회 닿을 때 최대한 먹어둔다’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제자들의 모습을 본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또 나섭니다.


“당신들은 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것입니까?”


예수님의 제자들이 심심풀이로 밀 이삭을 잘라먹었겠습니까? 재미 삼아 남의 밀밭에 들어갔겠습니까? 예수님의 제자들, 다들 어느 정도 기본이 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안식일 규정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꿰고 있었습니다. 남한테 피해주는 일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흘을 굶어보십시오.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예의도 뭣도 다 소용없습니다. 하늘이 다 노랗습니다. 눈앞에는 오직 먹을거리들만 어른거립니다.


사흘 굶은 사람 앞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끼 식사입니다. 그들에게 율법이나 전승, 가르침, 훈계는 뒷전입니다. 일단 살고 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사흘 굶은 제자들에게 한 덩어리 빵을 주지는 못할망정 안식일 규정 운운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몰인정함과 완악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본 ‘웰컴 투 동막골’의 그 명대사가 다시 한번 떠오릅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고 평화롭기 그지없는 동막골의 생활을 체험한 인민군이 마을 이장님께 묻습니다.


“이장 동지, 이토록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무엇입네까?”


마을 어르신은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머를 마이 멕이야지.”


모든 제도나 법은 결국 인간을 위해서 제정된 것입니다. 인간은 모든 것에 우선시되는 존귀한 존재입니다. 이 세상 그 무엇에 앞서 한 인간에게 가장 우선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먼저 선택하는 것, 한 인간을 먼저 소중히 여기는 것, 그것이 결국 복음의 길이요,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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