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안식일에 예수께서 밀밭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다.
그 때에 제자들이 밀이삭을 잘라서 손으로 비벼 먹었다. 이것을 본
바리사이파 사람 몇몇이 “당신들은 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것입니까?”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물으셨다.
“너희는 다윗의 일행이 굶주렸을 때에 다윗이 한 일을 읽어보지
못하였느냐? 다윗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들밖에 먹을 수 없는
제단의 빵을 먹고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도 주지 않았느냐?” 그리고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이 바로 안식일의 주인이다.”
(루가 6,1*5)
『야곱의 우물』《매일성서묵상》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유다교의 가장 큰 제도이자 법입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사람의 아들이 바로 안식일의 주인이다”라고
하십니다.
민들레 국숫집이 있는 인천 화수동 주변에는 경로식당이 몇 군데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호적등본이나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해야만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정작 배고픈 사람은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고 합니다.
어느날 동네 구멍가게 할머니가 다른 할머니 한 분을 모시고 왔습니다.
이 할머니가 식사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하셨습니다. 일흔이
넘은 할머니인데 경로식당에서 주민등록등본을 가져오라 해서 가져갔더니
앞으로는 오시지 말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할머니의 주민등록등본에는
마흔이 된 아들이 있고, 서른이 넘은 딸이 있기 때문에 자격이 없다고
했답니다.
할머니의 마흔이 넘은 아들은 본드를 마시고 교도소를 들락거렸습니다.
지금은 거의 폐인이 되어 집에만 있습니다. 딸도 건강이 좋지 않아서
시집도 못 가고 집에 있습니다. 할머니는 다 큰 아들과 딸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파출부 일을 다닙니다. 지금은 나이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한 달에
열흘 정도 일하러 다닌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신 입이라도 하나 줄여볼까
해서 경로식당을 다녔는데 이젠 그곳에도 갈 수 없다고 합니다. “할머니,
하루에 두 번이라도 오셔서 꼭 식사하십시오” 하고 말씀드리니 어찌나
좋아하시던지요.
사람의 선익이 법보다 우위에 있고, 생존권이 그 어떤 법률보다 위에
있어야 합니다. 절박한 생존권이 요구될 경우에는 모든 것이 이차적인
차원으로 밀려나야 합니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호적등본이나 주민등록등본을
요구하지 않는 세상이면 참 좋겠습니다.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서영남(인천 민들레 국숫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