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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좋은 것 당신 밖에 없나이다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9-06 조회수1,239 추천수13 반대(0) 신고
9월 6일 연중 제23주간 화요일-루가 6장 12-19절


“날이 밝자 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 그중에서 열둘을 뽑아 사도로 삼으셨다.”



<내 좋은 것 당신 밖에 없나이다>


수도자 양성담당을 맡고 있는 관계로 종신서원식이나 서품식때 마다 제게 주어지는 작은 역할이 하나 있습니다.


오랜 기간 준비해온 서품이나 서원 후보자를 주교님과 신자 공동체 앞에 소개하는 일입니다.


“사제서품 후보자를 소개하겠습니다. ***수사!”하고 제가 소개하면, 후보자는 “예! 여기 있습니다” 라고 응답하며 제대 앞으로 나섭니다.


수녀원 종신서원식에 갔더니 더 세련되게 응답하더군요.


“예, 주님 당신 뜻을 따르려 이 몸이 대령했나이다.”


“당신은 나의 주님, 내 좋은 것 당신 밖에 없나이다.”


“주님은 제 몸을 막아주는 큰 바위, 저를 살리시는 굳은 성채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 앞에 경건하고 엄숙하게, 온 정성과 마음을 담아 응답하는 수도자들의 모습을 그려보며 그 옛날 예수님으로부터 불림을 받던 12사도의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12사도를 선택하실 당시 예수님께 매료된 사람들, 예수님의 적극적인 추종자들, 열광적인 팬들이 이미 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또한 12사도로 뽑히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는 열두 사도 이상으로 ‘품질 좋은’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12사도보다 훨씬 학식이 뛰어난 사람들, 12사도보다 훨씬 덕망이 높던 사람들, 12사도보다 훨씬 신앙심이 깊던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다른 많은 사람들을 두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신 예수님 앞에 12사도들은 감격했을 것입니다. 황송했을 것입니다. 몸 둘 바를 몰랐을 것입니다. 감격에 찬 어조로 “예! 주님,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크게 응답하며 12사도로 뽑힌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일어섰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왜 12사도를 선택하셨는지 묵상해봅니다. 전지전능한 구세주, 인간의 도움 없이 홀로 모든 것이 가능한 메시아 예수님께서 왜 부족한 인간을 부르셨을까요? 굳이 12사도를 선택하지 않으셔도 당신의 사업을 수행하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었을 것입니다.


오히려 12사도가 도움이 되기보다 걸림돌이 되기도 했습니다. 철저하게도 미완성이었던 그들을 교육시키느라, 먹이느라, 재우느라 신경이 엄청 쓰이셨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사도를 뽑으시는 이유, 부족한 인간과 함께 가시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철저하게도 인간사회에 육화되기를 원하셨습니다. 부족한 인간들 사이에서, 부족한 인간들과 한 공동체를 이루며 그렇게 살기를 원하셨습니다. 그 결과가 제자 공동체의 형성입니다.


부족한 우리와 함께 하시며, 부족한 우리를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시키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부족한 우리를 또다시 부르고 계십니다.


오늘은 부족하고 부끄러운 저를 생명에로, 그리스도인에로, 수도자의 길로, 사제성소로 불러주신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야 할 날입니다.


성소는 은총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역시 은총입니다.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인으로 다시 태어난 것은 더 큰 은총입니다. 결혼성소로, 사제성소로, 수도성소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감은 더욱 큰 은총입니다. 불러주신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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