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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순교자들에 대한 오해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5-09-07 조회수554 추천수9 반대(0) 신고

신학교 일학년 때,

한국 교회사를 배우던 때의 일입니다.

저는 우리 나라의 신앙 선조들에 대해 무식했고,

또 지독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최초로 한국 천주교회의 순교 역사에 대한 이야길 들려주셨던 수녀님께서

안 일어나도 될 박해가 일어나게 된 동기는 동양의 미풍양속(제사에 대한)을 잘못 이해했던

교황청의 판단 착오내지는 무지에 있었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뿌리깊게 작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순박한 우리 백성들은 당시의 주교님과 교황청의 결정을 절대절명의 것으로 받아들여 

사리 분별이 없는 상태로 무조건 순종했던 결과, 생겨난 대대적인 인명살상이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교회사를 가르쳐주시던 교수 신부님께서는 우리에게

한국의 신앙 선조들의 신앙을 키워준 여러 신앙서적들을 직접 찾아보고 공부하도록 인도하셨습니다.

 

그분은 우리 신앙 선조들이 직접 한글로 번역하고 

자신이 깊이 묵상하고 해석한 성서에 관한 해설서적들.  

또 교리의 깊은 뜻을 음미해놓은 책,

순교성인들이 직접 쓴 편지글,

감옥에서 문초를 받으면서 자신의 신앙을 확고하게 증거했던 말들.

(물론 기록에 남은 것들만으로 한정되었지만...)

그런 역사적 사료들을 직접 찾아오셨고, 그것을 돌아가며 읽게 하셨습니다.

 

교회사 하면 흔히 연대나 사건에 관심을 두기 십상이지만

그것 보다는 그분들의 삶의 증거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그분들의 마음을 우리가 마음 깊이 느끼길 원하셨습니다.

 

중간시험도 그런 맥락에서 치뤄졌습니다.

즉, 상재상서의 한부분을 골라서 한자도 틀리지 않고 그대로 외워 쓰는 것이 시험이었습니다.

 

저는 그 시험이 참 감명깊었습니다.

고대로 외워 쓰는 것이 무슨 대학 시험이냐고 툴툴대는 학생도 있었지만

우리 신앙선조들이 당시에 책을 한권씩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박해시기라 숨어다니면서 천주교 관련 책자를 가지고 있을 수도 없었던 상황이라

그 모두를 입에서 입으로 전수하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단 한 글자도 허투로 대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찌 그런 시험이 뜻깊지 않겠습니까?

 

목숨을 걸만큼의 절실한 신앙의 진리를 그분들은 일점일획도 틀리지 않게 외우려고

얼마나 정성을 다하고, 정신을 모았겠는지...

그렇게 외운 것들을 다른 이들에게, 또 후대에 전수하려고 얼마나 애를 썼을지 생각하며

한 대목 한 대목을 따라 읖조릴 때, 저절로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신앙의 행위가 아니고 무었이겠습니까?

 

저도 상재상서의 한대목인 십계명을 골랐습니다.

교리로 정해진 그 십계명을 그대로 외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신학으로도 나무랄데 없이 정연하게 분석해서

인간이 지켜야할 도리를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는데에 또한 놀랐습니다.

 

왜 천주님께서 가르쳐주신 도리를 인간은 지켜야 하는지.

그것이 얼마나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도리인지가

십계명의 해설 안에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는 것입니다.

 

아~~

그 외에도, 최양업 신부님께서 스승 신부님들께 쓰신 편지를 모은 책.

그리고 김대건 신부님께서 쓰신 편지들.

또 한국 교회사 안에 빛나는 순교성인들의 행적과 영성.

 

그 모든 자료들은 예전에 갖고 있었던 제 선입견과 무식을

정말로 부끄럽게 했습니다.

 

비록, 교황청에서 동양의 풍속들을 모르고 제사를 우상숭배로 결정하여

이를 절대로 거부하라고 명령했다 할지라도

그 하나 만으로 한국 순교사를 함부로 말할 것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개방적인 수도회의 소속을 떠나, 보수적인 수도회의 관할로 바뀌었기 때문에 

순교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지라도, 그렇게만 볼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분들의 영성의 깊이는 지금에 못지 않았으며

순교라는 것은 종교라는 울타리를 초월한 

사회적 개혁의 열망과

참 진리를 수호하기 위한 양심의 최선의 표현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국 순교자들.

저는 순교만이 최상의 신덕이라고 믿고

초대교회의 어느 시점에도 그러했듯이 모두들 일부러 순교하기를 열망했는 줄 알았습니다.

영웅적인 희생에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덤벼들었던 사람들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들 역시 목숨을 아까워했고, 가능하면 순교를 피하려 애를 썼던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들이었음을 그들의 편지을 읽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이 나라를 위해서, 소중했던 인재들인 그들이

세상의 진리를 따르지 않고 천주님의 진리를 따라야햇던

그 절박한 심정들, 참된 애국심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상재상서의 한대목인 십계명을 소개해드립니다.

여러분도 그분들의 마음을 만나보십시오.

한글자도 틀리지 않게 외워보려고 노력해보십시오.

그러면 그 마음이 느껴질 것입니다.

 

또한 얼마나 십계명을 잘 해설하고 있는지도 살펴보십시오.

당대를 이끌던 공맹의 사상과 견주고 있으면서

그에 못잖은, 아니 그보다 더 깊은 도리(진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상재상서는 모두 13항으로 되어 있는데

그 모두는 천주교의 핵심교리들을 해설한 것입니다.

그 해설들을 보고 놀라웠고.

다른 문헌들(특히 성교요지)도 성경에 대한 

넓은 지식과 깊은 묵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전에 가졌던 선입견과 무식에 대한 보속이라 생각하고

상재상서를 한글자도 틀림없이 외워 시험을 치뤘던 기억이 납니다.

 

저희에게 단순히 사건과 연대,

어떤 박해때 어떤 순교자들이 있었는지, 그 명단이나 상황만 설명한 수업이었으면

그런 감동은 결코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말할 수 있습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순교자성월을 맞이하여,

단순히 어떤 성인들이 있었는지, 그들이 어떤 형을 받았는지

어떤 곳에서 어떤 식으로 순교했고, 그들의 신상명세(신분과 가족)을 아는 것은

아마도 심금을 울리는 감동을 주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기껏해야,

"그 많은 고통을 어떻게 받았을꼬?"

"신앙의 힘이 대단하구나!" 

"나라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하는 정도의

피상적인 감흥 밖에는 얻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권합니다.

혹시 저와 같은 분이 한분이라도 있으시다면

이번 순교자 성월은 당시의 영성 서적이나,

그분들이 직접 쓰신 편지글들을 찾아 읽어보시는 것이 어떨는지요?

생애와 업적을 전기식으로 소개한 글 말구요

느낌이 확~` 달라지실 것입니다.

 

 

ps. 참, '상제상서'가 아니라 '상재상서'입니다...

상제(천주)에게 보내는 상서가 아니라

당대의 재상들에게 보내는 상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고, 

교구청에서 나온 교리 해설 CD에서조차도

잘못 표기 되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상재상서(上宰相書)

4. 천주학의 도리 - 십계명

그러면 계명이란 무엇일까요?
하느님께서 은밀히 일러주신 십계명으로서,
첫째, 만유에 으뜸인 하나이신 하느님을 흠숭하라.
둘째, 하느님의 거룩하신 이름을 부르며 헛된 맹세를 하지 말라.
셋째, 예배날을 지켜라.
넷째, 부모를 효성으로 공경하라.
다섯째, 살인하지 말라.
여섯째, 음사한 짓을 하지 말라.
일곱째, 도둑질을 하지 말라.
여덟째, 거짓 증거를 하지 말라.
아홉째, 남의 아내를 바라지 말라.
열째, 남의 재물을 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위 십계명은 만유의 으뜸이신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것과
자기 몸처럼 남을 사랑하라는 것 두가지로 묶을 수 있는데,
앞의 세 계명은 하느님을 열심으로 섬기는 절차요,
뒤의 일곱 계명은 자신을 수련하는 공부입니다.

안연(顔淵)의 사물(四勿)과 예기(禮記)의 구사(九思)도 감히 견줄 수 없는 것이지요.
충서효제(忠恕孝悌)와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이 안에 모두 포함되어 있으니 ,
어찌 털끝만큼도 부족한 것이 있겠습니까?

이 천주학의 도리를 한 집안에 시행하면 그 집안은 바로잡혀질 것이요,
한 나라에 시행하면 그 나라는 옳게 다스려질 것이며,
온 세상에 시행하면 세상은 평화롭게 될 것입니다.

이 십계명 중에서 하나라도 어겨서는 안될 것이니
육신은 물론이요, 마음으로 어기는 것도 더욱 금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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