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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름다운 수줍음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9-08 조회수1,348 추천수11 반대(0) 신고
9월 8일 목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신 축일-마태오 1장 1-23절


“아브라함의 후손이요, 다윗의 자손인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는 다음과 같다.”



<아름다운 수줍음>


성서와 첫 대면했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두꺼운 신구약 합본보다는 얇고 가벼운 신약성서를 먼저 만나셨겠지요. 신약성서의 첫 페이지를 접하는 순간, 꽤 큰 실망감을 느꼈던 기억이 나실 것입니다.


성서의 첫 페이지를 읽으면서 잔뜩 기대감에 부풀었겠지요. 성서의 첫 시작이니 만큼 삶에 활력을 주는 감미로운 말씀, 위로가 되는 희망의 말씀, 생명의 메시지가 적혀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그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맙니다.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낯선 이름들만 잔뜩 나열됩니다. ‘누가 누구를 낳았고’란 말마디만 무미건조하게 반복됩니다. ‘별 것도 아니구먼!’ 하면서, 단 한 페이지도 읽기 전에 성서를 내려놓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실 무미건조한 듯 보이는 이 족보야말로 무궁무진한 보물이 담겨있는 보고(寶庫)입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이 족보에는 인간 세상으로 들어오신 하느님의 역사, 우리와 똑 같은 모습의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자취가 묘사되고 있기에 중요합니다.


우리가 장황하게 나열되는 예수님의 족보를 접하고 식상해한 반면, 베르나르도 성인이나 데레사 성녀 같은 분들은 오히려 크나큰 위로와 기쁨, 환희를 접했다고 합니다.


그분들은 예수님의 족보를 대하면서 그간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던 하느님, 늘 구름 속에 숨어계시는 듯 했던 하느님, 애매모호했던 하느님께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오심을 느끼게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분들은 예수님의 족보를 대하면서 우리 인간을 너무도 사랑하셨던 나머지 우리와 똑같은 모습을 취하시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신 하느님의 속마음을 알게 되었다고 감격했습니다.


그분들은 예수님의 족보를 대하면서 우리와 친구가 되기 위해 자신의 키를 낮추신 겸손의 하느님, 우리와 똑같이 온 몸에 따뜻한 피가 흐르는 철저하게도 ‘한 인간’인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렸다고 합니다.


오늘은 인류역사 안으로 들어오신 하느님을 위해 자신의 온 생애를 봉헌한 성모님의 탄신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마리아(히브리어로는 Miriam, 타르굼에서는 Mariam)이라는 이름의 의미는 정확하게 한 단어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70가지 이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가장 널리 퍼져있는 의미는 ‘아름다운 수줍음’ ‘바다의 별’ ‘하느님께서 사랑하는 사람’ 등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성모님, 이름의 의미처럼 구세주의 어머니로서 하느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복된 일생을 살아가신 분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성모님,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세상의 풍파 앞에서도 ‘아름다운 수줍음’을 평생 간직한 채 어여쁘게 살아가신 어머님이십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성모님, 갖은 죄와 악이 난무하는 거친 세상에서 ‘바다에 뜬 별’처럼 고결하게 살아가시며 인류의 빛이 되신 성녀이십니다.


모든 생명이 하느님 앞에서는 다 소중합니다. 모든 탄생이 다 의미 있고 가치 있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의 탄생처럼 값지고 찬란한 탄생은 다시없는 듯합니다. 그분의 탄생을 기점으로 인류구원의 역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탄생 역시, 성모님 못지않게 의미가 더해지길 바랍니다. 언젠가 우리의 탄생을 세상이 기뻐하길 바랍니다. 우리의 탄생을 후세 사람들이 감사하며 길이 기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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