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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잃거나 얻는다는 의식 없이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5-09-08 조회수730 추천수7 반대(0) 신고

9월 8일 (목)요일 (마태오 1, 18-23)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요셉과 약혼을 하고 같이 살기 전에 잉태한 것이 드러났다. 그 잉태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18절)

 

 

                   역할 혼동

 

 

고대 철학자 에픽테투스는 "자신이 원하느대로 일이 되어 가기를 기대하지 말라. 일들이 일어나는대로 받아들이라. 나쁜 것은 나쁜 것대로 오게 하고 좋은 것은 좋은 것대로 가게 하라. 그때 그대의 삶은 순조롭고 마음은 평화로울 것이다." 고 말했습니다.

 

역할 혼동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은 어떠한 것도 잃거나 얻는다는 의식 없이 자기의 역할에 충실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의 역할은 최선을 다해 선택하고 결정하여 그것을 주님께 봉헌하고, 그 결과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를 만들어 내시는 분은 바로 하느님이시고 그것이 그분의 역할입니다.

 

우리가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을 때, 에픽테투스의 태도가 나오게 됩니다. 이러한 태도는 새옹지마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옛날 중국에서 있었던 이야기 입니다. 오랑캐와 접해 있는 어떤 국경 마을에 노인 한 분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자기가 기르던 말 한 마리가 사라진 것을 알았습니다. 무리를 이탈하여 그만 오랑캐 나라로 도망친 것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들은 주위 사람들은 안타깝다는 듯이 위로 했지만 그 노인은 의외로 태연했습니다.

 

 "천만에, 누가 아나요? 이 때문에 좋은 일이 있을 지..."

 

과연 몇 달이 지나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번 달아났다는 말이 이번에는 준마 한 필을 데리고 돌아왔던 것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동네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와서는 다들 '축하한다' 고 야단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노인은 똑같은 말만 반복할 뿐 도무지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야 모를 일이지요. 이번 일로 무슨 재앙이 닥칠는지..."

 

그 노인의 말은 이번에도 맞았습니다.어느 날 아들이 그만 잘못하여 준마에서 떵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동네 사람들이 이번에는 위로의 말을 해 왔지만 그 노인의 태도는 전과 다름없었습니다.

 

어느덧 일년이 지나갔습니다. 오랑캐가 갑자기 군사를 일으켜 쳐 들어 왔습니다. 이 때문에 몸아 성한 청년들은 다들 징집되어 전장으로 나갔습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전사했지만, 노인의 아들은 다리가 부러진 덕분에 징집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 노인은 자신이 해야 할 것을 다하는 사람이었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사람이었기에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일 수 있었고, 모든 것으로부터 초연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태도가 바로 역할 혼동에 빠지지 않는 태도입니다. 그렇게 될 때 우리의 생활은 혼란에 빠지지 않고 하느님 안에서 중심을 잡고 질서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가슴으로 드리는 기도/정규한 신부님> 편집

 

 

성모님이야말로 역할 혼동을 하지 않으신 분이십니다. 최선을 다해 선택하고 결정하여 그것을 주님께 봉헌하고 그 결과에 순종하셨습니다. 당시에 혼전 임신으로 배가 불러올 때, 돌에 맞아죽을지도 모를 위험에 처하셨습니다.

 

성모님의 배가 불러올 때, 동네 사람들의 수근거림에 얼마나 마음이 힘드셨을까?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실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느님께 대한 신뢰 때문이었습니다. 성모님께서는 헤로데로부터 예수님을 살리기 위해 산후조리도 못하시고 서둘러 에집트로 피난가시면서도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으셨지만 역할에 충실하셨습니다.

 

요셉 성인의 번민도 컸겠지만 성인 역시 하느님께 대한 굳건한 신뢰와 역할 혼동을 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탄신 축일을 지내며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역할에 충실하셨던 성모님을 기리며 오늘 저의 삶에서 하느님의 뜻에 맞는 일을 잘 분별하고 그대로 따를 수 있는 은총을 간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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