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잘 들어 보십시오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9-10 조회수1,338 추천수13 반대(0) 신고
9월 10일 연중 제23주간 토요일-루가 6장 43-49절


“그 사람은 땅을 깊이 파고 반석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짓는 사람과 같다.”



<잘 들어 보십시오>


오래전 일로 기억됩니다. 남도의 어느 도시에 연립주택에 대한 신축공사가 끝나고 드디어 사람들이 입주를 시작했습니다. 꽤 많은 세대가 입주했습니다. 새로 지은 건물이었기에 외형도 산뜻했고, 내부 인테리어는 또 얼마나 깔끔하게 잘 마무리되었는지 입주자들이 다 행복해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행복은 잠시였습니다. 지은 지 불과 3년도 지나지 않아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방문들이 잘 닫히지 않아서 애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배관 라인들이 비뚤어지고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벽에는 심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불안했던 입주자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건물에 대한 진단을 의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건물이 들어선 자리의 지반이 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반정지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건물은 견고하게 지었지만, 기반이 약한 관계로 건물이 조금씩 침하되고 기울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반이 약한 지역에 건물을 지을 경우 제대로 된 건설회사는 지반을 튼튼하게 다지기 위해 전봇대만한 기둥들을 수도 없이 땅속으로 심기도 합니다. 기초를 단단하게 하기 위해 거대한 철제 H빔이나 I빔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 모릅니다.


건물을 지을 때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입니다. 초등학생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심이 불량한 업자들은 공기를 앞당기기 위해, 자재비를 다운시키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지반공사를 소홀히 하기도 합니다. 그 결과는 너무도 참혹합니다. 대형 참사로 직결되는 것입니다.


건물의 기초를 소홀히 하는 것은 결국 입주자들을 공포로 몰고 가는 일입니다. 결과는 죽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을 듣고 실행하라고 아주 강하게 요청하십니다.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사람은 땅을 깊이 파고 반석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짓는 사람과 같다.”


말씀을 듣고 잘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빈틈없는 건축가, 혹은 용의주도한 현장감독과도 같습니다. 건물을 지을 때 조금이라도 하자가 생기지 않도록 고민합니다. 잘 설계합니다. 특히 건물을 안전도를 생각해서 기반작업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눈에 불을 켜고 공사 진척 상항을 바라봅니다.


오늘도 수많은 성당에서, 예배당에서, TV나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말씀은 선포되고, 말씀은 울려 퍼집니다.


많은 신자들은 선포되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수첩을 꺼내 요점을 기록합니다. 감격에 겨워 눈물 흘립니다.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새 출발을 결심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때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말씀 따로 삶 따로의 어중간한 신앙생활을 자책하면서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결국 말씀을 듣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건성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잘’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좋은 말씀이네’ 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말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합니다. 들은 말씀을 내 오늘의 삶과 연관 지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들은 말씀에 따라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주님의 은총을 청하는 기도 역시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실 때 마다 수많은 청중들이 주변을 에워싸곤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단 한 말씀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온 정성을 다 쏟았습니다. 때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눈물도 흘렸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신 것은 말씀에 대한 실천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참 제자는 그분의 가르침을 어떻게 해서든 일상생활 안에서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그저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고 감탄하며 ‘주님, 주님’ 외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믿음에는 믿음에 합당한 행동이 뒤따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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