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퍼온 글) 토란
작성자곽두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9-10 조회수704 추천수4 반대(0) 신고

토란

 

밤이슬 다 모으고도 모자라

비를 기다리는 토란을 아십니까


내가 아직 어렸을 때

최고의 우산은 토란잎이었지요

잎 하나의 우산을 쓰고

삼십오 년 세상의 빗속을 뛰어다닐 때

속까지 젖는 것은 언제나 나였습니다


지리산이 젖고

섬진강이 젖은 오늘

이제서야 나는 한 잎의 토란입니다


시시로

물의 순은빛 눈동자를 머금지만

그마저 소소한 바람에게 내어주고

저 홀로 푸른 토란입니다


수천 수만의 빗방울이 집적거려도

토란은 그저 젖지 않는 토란일 뿐

내 곁을 스쳐간 사람들

그들도 하나씩

물의 눈동자로 구르지만

몸 한번 뒤척여

슬그머니 놓아주고 싶습니다


글:이원규의 시집 <옛 애인의 집>에서

삽화:문정섭

 

-름다운 상을 드는 람들

  http://www.asemans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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