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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와 함께 눈물 흘리시는 하느님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9-13 조회수1,419 추천수19 반대(0) 신고
9월 13일 화요일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학자 기념일-루가 7장 11-17절


“울지 마라.”



<우리와 함께 눈물 흘리시는 하느님>


오전 11시, 상황이 허락하는 한 저는 라디오 채널을 105.3(서울 지역)으로 맞춥니다. 존경하는 안병철 신부님의 ‘성서 못자리’를 듣기 위해서입니다. 때로 명쾌하게, 때로 자상하게, 때로 아주 쉽게, 때로 아주 감명 깊게 진행되는 신부님의 신약성서 강의를 듣다보면 1시간이 금방 지나갑니다.


며칠 전 방송에서 신부님께서는 ‘잠시 지나가는 이 세상의 고통과 슬픔’과 관련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겪는 고통의 강도가 아무리 큰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겪는 슬픔의 깊이가 아무리 깊은 것이라 할지라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다 아물고, 다 지나간다는 요지의 말씀을 이렇게 해주셨습니다.


“장례식 미사를 집전하다보면 어떤 유족들의 슬픔은 하늘을 찌릅니다. 어떤 분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로 인한 고통과 상처가 너무나 커서 정신을 잃기도 합니다. 쓰러지기도 합니다. 슬픔이 너무 커서, 상처가 너무 깊어서 울부짖는 분들을 바라보며 ‘저 사람, 저러다가 따라 죽겠구나’ 하는 마음에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 1년 후 쯤에 그 ‘따라 죽을 것 같은 사람’을 만나보면 잘 살고 있습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짱한 얼굴로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슬픔은 세월과 더불어 천천히 치유가 된다는 신부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외아들을 잃고 슬퍼하는 나인성의 과부가 직면한 슬픔은 보통 우리가 겪는 슬픔과는 질적으로 다른 슬픔, 그 색깔이 완전히 다른 슬픔이었습니다.


남성 중심의 유다 사회, 가부장적인 유다 사회 안에서 남편을 여의고 과부가 된다는 것, 그것만 해도 거의 죽음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아내 홀로 경제적 독립이 힘들었던 당시 사회 분위기 안에서 과부가 겪었던 고초는 지금 우리의 상상을 훨씬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과부에게 그나마 위안거리가 있었다면 유일한 피붙이였던 외아들이었습니다. 과부에게 있어 외아들은 유일한 ‘존재의 이유’였습니다. 과부는 그저 그 외아들만 바라보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그 외아들마저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과부는 완전히 이성을 잃었겠지요. 초상을 치루는 내내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과부는 더 이상 살아갈 힘도 사라져버렸습니다.


그 과부가 겪은 그 짙은 슬픔, 한없이 깊은 심연의 슬픔을 예수님께서 눈여겨보십니다. 그리고 과부에게 다가가십니다. 과부의 눈물을 보시고 함께 눈물 흘리십니다. 따듯한 위로의 말씀을 던지십니다.


“울지 마라.”


그리고 과부에게 다시 한 번 새 삶을 허락하십니다. 외아들의 죽음과 함께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었던 과부에게 생명을 주십니다. 외아들을 살려주심으로서 외아들뿐만 아니라 어머니 과부까지 살려주시는 것입니다.


오늘 과부의 깊은 슬픔에 연민을 느끼고 다가가시는 예수님을 바라보며 묵상해봅니다.


하느님께서 ‘아무 것도 아닌’ 우리 인간을 사랑하시고 구원하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잘나고 똑똑해서, 우리가 착하고 모범적이어서, 우리가 선행을 많이 하고 기도를 많이 하기 때문에 사랑해주시고 구원하기도 하십니다.


그러나 그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결핍, 부족함, 불쌍함, 측은함, 띨띨함, 처량함, 한심함, 한계, 결점, 죄, 상처... 이란 것 때문에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구원하신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하느님 앞에 어쩔 수 없이 늘 부족하고 나약한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최종적으로 돌아갈 곳은 우리의 부족함과 나약함을 한없는 부드러움으로 감싸 안아주시는 하느님의 품인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드릴 기도는 이런 기도입니다.


주님, 오늘도 제 이 부족함을 굽어 살펴주십시오.

주님, 오늘도 제 이 나약함을 어여삐 보아주십시오.

제 깊은 슬픔을 외면하지 마시고 제게 다가와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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