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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벽을 열며 / 빠다킹신부님의 묵상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9-14 조회수829 추천수7 반대(0) 신고

 

 

                         2005년 9월 14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제1독서 민수기 21,4ㄴ-9

 

그 무렵 길을 가는 동안 백성들은 참지 못하고 하느님과 모세에게 대들었다.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데려 내왔습니까? 이 광야에서 죽일 작정입니까? 먹

 

을 것도 없고 마실 물도 없습니다. 이 거친 음식은 이제 진저리가 납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백성에게 불뱀을 보내셨다. 불뱀이 많은 이스라엘 백성을 물어 죽이자,

 

백성들은 마침내 모세에게 와서 간청하였다. “우리가 주님과 당신께 대든 것은 잘못

 

이었습니다. 뱀이 물러가게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모세가 백성을 위하여 기도를

 

드리자, 주님께서 모세에게 대답하셨다.

 

“너는 불뱀을 만들어 기둥에 달아 놓고 뱀에게 물린 사람마다 그것을 쳐다보게 하여

 

라. 그리하면 죽지 아니하리라.” 모세는 구리로 뱀을 만들어 기둥에 달아 놓았다. 뱀

 

에게 물렸어도 그 구리뱀을 쳐다본 사람은 죽지 않았다.

 

 

 

복음 요한 3,13-17

 

그때에 예수께서 니고데모에게 말씀하셨다.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의 아들 외에는 아무도 하늘에 올라간 일이 없다. 구리뱀이

 

광야에서 모세의 손에 높이 들렸던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높이 들려야 한다. 그것은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려는 것이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

 

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 주셨다. 하느님이 아들을 세상에 보

 

내신 것은 세상을 단죄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시켜 구원하시려는 것이다.”




                                       

 

9월은 순교자 성월입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분들이 순교성지인 이곳에 성지 순례를

 

오십니다. 하지만 갑곶성지의 경당은 많이 좁기 때문에, 오시는 순례객들의 수에 따

 

라서 경당에서 미사를 하기도 하고 아니면 야외에서 미사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의 일이었어요. 전화를 통해서 순례객들의 수가 150명 정도가 된다는 것입니

 

다. 저는 야외에서 미사를 해야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왜냐하면 경당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최대 인원이 150명이거든요. 더군다나 이분들만 오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야외에서 미사를 해야만 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답니다. 야외에서 미사를 할 경우, 뜨거운 햇빛을 피할 곳

 

이 없다는 것입니다. 천막을 치면 되는데, 이 순례객들은 주로 연세 드신 할머니들이

 

라서 천막을 칠 사람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냥 비좁더라도 성당에서 미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시간이 되었고, 순례객들이 성지로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수가 원래 오시

 

기로 했던 150명을 넘어서 170명이 오셨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다른 본당에서도

 

많은 순례객들이 오셨습니다. 좁은 경당에 사람들이 서로 자리를 좁혀 가면서 자리

 

에 앉았습니다.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말이지요. 그러다보니 점점 더워집

 

니다. 에어컨을 아무리 튼다 하더라도 에어컨 한 대로 200명이 넘는 사람의 체온을

 

낮출 수가 없더군요.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곳저곳

 

에서 불평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그 순간에 제가 이런 말씀을 드렸지요.


 

“여러분이 있는 이곳은 사랑 그 자체이신 주님께서 계시는 곳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자리에 사랑보다 미움이, 그리고 불평이 가득하다면 어떨까요? 바로 주님의 집인

 

이곳에 계신 주님을 쫓아내고, 대신 마귀를 초대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많이 덥지

 

요? 하지만 주님의 집에 다른 어떤 것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미움과 불평은 없었으

 

면 합니다. 그리고 주님을 바라보는데 더 열심히 노력한다면, 분명히 여러분은 더 많

 

은 것들을 얻어 가실 것입니다.”

 

순례객들은 그렇게 하시겠다고 약속을 하셨고, 실제로 2시간 동안 불평불만 없이 자

 

리를 지켜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성지에서 떠나실 때, 많은 분들이 제게 이렇

 

게 말씀을 하세요.

 

“신부님, 오늘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정말로 뜻깊은 하루였습니다.”

 

고통과 시련. 그 순간이 어쩌면 주님을 맞이하는 순간이 아닐까요? 그런데 우리들은

 

그 고통과 시련이 있으면 안 된다고, 그 고통과 시련이 오지 않도록 해달라고만 기도

 

할 때가 얼마나 많았나요?

 

오늘은 십자가 현양 축일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께서 직접 십자가를 지심으로써

 

우리들에게 구원을 주셨지요. 그리고 이제 우리들에게도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당

 

신을 따라 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지고 있는 십자가는 어떤 것인가

 

요? 그 십자가가 영광의 십자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고통과 시련이 동참하

 

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영광만을 갖겠다고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힘들다고 불평불만을 던지지 맙시다. 그 힘든 순간에 주님의 영광도 함께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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