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9-14 조회수978 추천수5 반대(0) 신고

디딤돌

 

 죄인입니다

                                                            조화선 마오로 수녀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루가5,8)

 

 빛의 질서를 벗어나 혼돈의 어둠을 향해 앉았기에 죄인입니다. "반듯시 죽으리라"(창세2,17) 명시된 인간 조건을 무시하고, 금지된 그 한 그루의 나무에 집착하여 스스로 불행해진 죄인입니다. 님의 주권을 벗어나 완전한 사랑과 영생의 삶을 내 힘으로 이루려 했기에 죄인입니다.

 

 내 작은 아픔에 한을 쌓으면서 이웃의 큰 아픔에는 무감각한 죄인입니다. 크게 받은 사랑과 도움에는 실히 감사하지 않으면서 몇번 안되는 수모에도 차갑게 굳어지는 죄인입니다. 내가 받은 상처, 자존심의 손상, 굴욕, 저버림의 순간들은 악몽처럼 잊지못하면서, 평생의 아픔으로 못박아 두었을 내 악한 언행을 까마득하게 잊으며 살아가는 죄인입니다.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유혹자의 거짓을 진실로 여기려는 거짓이 내 안에 있고, 나뭇잎으로 앞을 가린 원조의 수치심과 두려움이, 형제를 사해한 카인의 은폐가, 내 것 아닌 생명을 내것인양 소멸케 하는 자학이 내 안에 있습니다.

물질과 쾨락과 생활의 안이함을 하느님 자리에 놓으려는 노아시대의 죄악이 있고, 인간 만능의 신조로 쌓아가는 바벨캅의 오만이 내게 있습니다.

 

 요셉을 질투하는 그 형제들의 시기심이 있고, 불평하다가 죽은 광야 백성의 불신이 있습니다. 욕망의 충족을 위해 우리야의 아내를 범하고 죄없는 신하를 죽인 다윗의 죄악이 있습니다. 조직적인 구조악과 인간 물량화를 책하며, 시대의 징조를 보면서도 ,평화,를 외치는 거짓 예언자와 위장된 안정을 향유하려는 편의주의가 있습니다.

 

 사랑의 나눔과 그 인고를 거부하면서 받기만을 요구하는 뻔뻔스러움이 있고, 약속에 불충한 이스라엘의 백성이 있습니다. 선과 악을 동시에 취하려 했던 유다스의 허욕과 위선이 내 안에 있고, 자신이 의인으로 남기 위해 숱한 사람을 단죄하고 예수까지 정죄한 대사제와 율사들의 회칠한 의로움이 내 안에 있습니다. 그러기에 당신이 좋게 보신 세상이 좋지 않게 보이고, 매우 좋은 사람이 몹시 안좋게 보입니다.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죄가 무엇인지조차도 가늠 못하는 죄인인데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는 철저한 무관심은 어떻게 하고 살인, 간음, 도적질만이 죄라고 누가 판결을 내렸습니까? 나로 인한 고통을 모른 체하며 자업자득이라 몰아치는 잔인한 합리화는 어떻게 하고 시기, 질투, 탐욕만이 죄라고 또 누가 말했습니까? 일치를 위한 노력을 도외시하고, 분열이 필연이요 파괴가 당연한 귀결이라는 단정이 죄가 안라 함은 누구의 메마른 이론입니까?

 

 지구의 한 구석에서 무서운 기근으로 수없는 생명이 죽어가는데 핵실험과 군비에 투여되는 엄청난 재화와 인력은 누구의 죄악에 기인한 희생입니까? 빛이 아니라 빚으로 휘청거리는 이땅에는 배고픈 근로 대중이 가슴에 못이 박힌 한을 심고 있는데 갑자기 등장했다가 틀림없이 금방 사라져 버린 선심공세는 누구의 출세를 위한 미끼입니까?

 

 건강을 위한 스포츠가 아니고 스포츠를 위한 인간 형성화는 누구의 바램이며 곳곳에 써 붙인 정의 사회 구현은 예선에도 못드는데 메달권을 웃도는 외채와 교통사고와 공해문제는 또 누구의 분수 모를 허영심의 소산입니까?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오신 주님, 죄악의 세균에 감연된 우리, 병든 나를 바라보시는 주님, 상처받은 슬픔이 토해낸 분노와 증오와 원망이 나를 버리는 사랑의 아픔 속에 용해되게 하소서. 이기심이 낳은 오욕과 추함을 지칠 줄 모르는 사랑으로 씻어 주소서. 낫우어 주소서.내 안에 아담이 죽고 그리스도가 살게 하시며, 하와가 죽고 마리아가 살게 하시어 구원의 도구되게 하시옵소서.

 

 속죄의 문턱에서 가슴을 치며, 죄인 내가 죄인 너를 받아들이며, 용서와 화해의 정화수로 서로의 죄악을 씻게 하소서. 내 작은 탓이요 네 큰 탓이라는 원성을 없이하고 진정 내 탓이요 내 탓이로소이다를 고백하게 하소서. 그토록 어두운 악이 그토록 절실하게 구원을 갈망케 했음을 감사하게 하소서. 마침내 구세주를 이 땅에 오시게 한 우리 죄가 복되다고 노래하게 하소서.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부질없는 말로 당신의 뜻을 가리운 자, 그것은 바로 저였습니다. 이 머리로는 헤아릴 수 없는 신비한 일들을 영문도 모르면서 지껄였습니다.

... 당신께서 어떤 분이시라는 것을 소문으로 겨우 들었었는데, 이제 저는 이 눈으로 당신을 뵈었습니다. 그리하여 제 말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티끌과 잿더미에 않아 뉘우칩니다."(욥기42,3-6)

 

                                                           성서와 함께 108.94쪽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