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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퍼온 글) 캐나다에서 보낸 한가위
작성자곽두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5-09-16 조회수642 추천수2 반대(0) 신고

캐나다에서 보낸  한가위

 늙으면 추억으로 사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 냄새로 사는 것일까. 이국 땅에서 홀로 지냈던 한가위 명절, 송편도 드실 수 없는 캐나다 은퇴사제 양로원에 계시는 고 마태오 은퇴 신부님을 찾아 뵈었다.


 새벽 7시에 일어나 간단하게 요플레로 아침을 때우고 토론토 떡집에서 송편을 찾아 몬트리올로 향했다. 소풍 가는 아이처럼 잠을 설친 덕에 하품이 자꾸 쏟아졌다. 아들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대문 앞을 서성거리고 계실 신부님 생각에 차 안에서 김밥과 과일로 요기를 하고 휴게소에서 한 번 화장실에 간 덕에 6시간만에 은퇴사제 양로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 3가지, 오곡밥, 장어, 된장국. 전자레인지에 국과 밥을 데우는데 전화벨소리가 났다. 한 자매님이 점심을 먹으려다 신부님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공원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자매님 집으로 가기로 했다. 야외식탁 옆 나무 울타리 호박덩굴에 된장국 끓여 먹기 좋은 호박 한 덩이가 한가위 보름달처럼 정겹게 매달려 있다.

 주방으로 가서 손을 걷어붙이고 오이와 보라색 양파와 흰 양파를 썰어 훈제 연어에 올리고 김을 썰어 띠를 두른 안주를 만들었다. 장어구이도 몇 점 김말이를 했다.


"아버지 신부님 드린다고 극구 혼자 만드셨어요."

"내 생전 신부님이 만든 연어 김말이는 처음 먹어 봅니다."


 이국 땅에서 교민들을 위하여 40년을 한결같이 이민자의 아버지로 살아오신 고 마태오 신부님. 고결한 삶만큼이나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신 신부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잊지 못할 에피소드에 모두 박장대소를 하였다. 담장 옆 꽃들도 우리의 웃음꽃처럼 덩달아 하얗게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아쉽지만 일어나야 할 시간, 다시 6시간을 달려가야 하는 일정이 우리를 재촉했다.

서양인 양로원에서 홀로 사시는 한국 은퇴 신부님과 3시간 동안 한가위 명절을 지낼 수 있음에 얼마나 눈물겹도록 감사한지, 집에 오니 밤 12시 가까이 되었다.

 3시간 동안 얼굴을 보기 위해 전날부터 여러 음식을 준비하고 새벽에 송편을 찾아서 12시간을 운전하고 새벽에 잠자리에 들어가기까지 17시간.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사람을 향한 연민의 강,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의문을 던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글:사랑수   사진:다운     

 

-름다운 상을 드는 람들

   http://www.asemans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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