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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 이제 그만!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9-16 조회수788 추천수13 반대(0) 신고
9월 17일 연중 제24주간 토요일-루가 8장 4-15절


“너희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알게 해주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려는 비유로 말하게 하려는 것이다.”



<자, 이제 그만!>


한 평생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행운은 무엇일까요?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부모님, 자상하고 덕스런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것, 참으로 큰 행복이겠습니다.


경제적으로 풍요한 집안 출신이어서, 한 평생 구차스럽지 않게 살아왔고, 거기다 넉넉한 유산까지 물려받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겠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꿈꾸어오던 이상적인 배우자, 어여쁘고 예절바르고 나긋나긋한 아내, 핸섬하고, 배려할 줄 알고 유능한 남편을 만나 한평생 해로하는 것,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어려울 때 마다 큰 힘과 의지처가 되어주는 마음 넉넉한 친구, 모든 것을 털어놓고 하소연할 수 있는 친한 친구가 있다는 것, 진정 큰 선물입니다.


다들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에서 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 또한 행복한 일입니다.


새로 장만한 아파트가 일년 사이에 가격이 두 배로 뛰어올랐다면, 별 생각 없이 사둔 땅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면 엄청 행복하겠습니다.


그러나 복음을 펼치며, 성체 앞에 앉으며 곰곰이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군요.


이런 종류의 행복들은 대체로 한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지니는데, 그것은 바로 ‘다 지나가는 것’들이라는 것입니다. 다 한순간인 것들입니다. 결국 한 줌 재로 돌아가는 것들입니다.


가끔씩 병세가 위중하신 분들, 임종 중에 계시는 분들을 뵈면서 더욱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게 기를 쓰고 쌓아올렸던 명예며 권세였지만 주님께서 ‘자, 이제 그만 때가 되었구나’ 한 말씀만 하시니 그걸로 끝입니다. 결국 모든 기력이 소진되고, 그 위풍당당하던 풍채는 어디로 사라지고 가볍디가벼운 몸으로, 너무나도 가련한 존재로 마지막 떠날 길을 준비하는 모습들을 바라봅니다.


한 평생 제대로 먹지도 않고 기를 쓰며 모았던 그 많은 재산들, 부동산들, 매일 보물 다루듯이 애지중지했던 통장들, 주님께서 ‘스톱!’ 이라고 한 마디 하시니 모든 것이 다 무용지물이 되고 말더군요.


결국 우리에게 추구해야할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을 만나는 일입니다. 제대로 된 신앙인이 되는 일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이해하는 일입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일입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그분과 함께 영원한 복락을 누리는 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백성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설명하는 일이었습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해서 가르치는 일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느님 나라가 어떤 곳인지 알기를 갈망해왔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느님 나라의 실상과 특징에 대해서 연구해왔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거듭해왔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조금도 이해하지도 파악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노력했지만 감도 잡지 못했습니다. 하느님 나라가 어떤 곳인지 제대로 파악한 사람들은 드물었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맛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그들의 마음이 굳어질 대로 굳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이 마음을 비우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지난날 그릇된 삶과의 결별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악에로 기우는 세상으로부터의 이탈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매일 선포되는 복음 말씀, 그 말씀이야말로 하느님 나라 신비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도구입니다.


먼저 긴장을 푸십시오. 마음을 비우십시오. 조바심을 없애십시오. 갖은 근심걱정들을 몰아내십니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하십시오. 말씀이 우리 안에 육화되도록 말입니다. 말씀이 고리타분한 활자들이 아니라 우리 마음 안에 살아 움직이는 하느님 그분 자체가 되도록 간절히 기도하십시오. 그리고 마침내 성서를 펴십시오. 살아 숨쉬는 한 인격체로 다가오시는 말씀을 맞이하십시오. 그 말씀에 온 몸과 마음이 푹 잠겨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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