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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벽을 열며 / 빠다킹신부님의 묵상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9-18 조회수722 추천수5 반대(0) 신고

 

 

                            2005년 9월 18일 주일 한가위

 

                          

                           - 빠다킹 조명연(마태오)신부님-

 

 

제1독서 요엘 2,22-24.26ㄱ

 

짐승들아, 두려워 말아라. 들판의 목장은 푸르렀고 나무들엔 열매가 열렸다. 무화과

 

나무와 포도덩굴에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

 

시온의 자녀들아, 야훼 너희 하느님께 감사하여 기뻐 뛰어라. 너희 하느님께서 가을

 

비를 흠뻑 주시고 겨울비도 내려 주시고 봄비도 전처럼 내려 주시리니, 타작마당에

 

는 곡식이 그득그득 쌓이고 독마다 포도주와 기름이 넘치리라.

 

이제 너희는 한껏 배불리 먹으며 너희 하느님 야훼를 찬양하리라.

제2독서 요한 묵시록 14,13-16

 

나는 또 "'이제부터는 주님을 섬기다가 죽는 사람들이 행복하다' 고 기록하여라" 하

 

고 외치는 소리가 하늘에서 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성령께서 "옳은 말이다.

 

그들은 수고를 그치고 쉬게 될 것이다. 그들의 업적이 언제나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내가 보니 흰 구름이 있고 그 구름 위에는 사람의 아들 같은 분이 머리에 금관을

 

쓰고 손에 날카로운 낫을 들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천사 하나가 성전에서 나와서 그 구름 위에 앉아 있는 분 에게 큰 소리로 "땅

 

의 곡식이 무르익어 추수할 때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낫을 들어 추수하십시오" 하고

 

부르짖었습니다. 구름 위에 앉은 분이 낫을 땅 위에 휘두르자 땅 위에 있는 곡식이

 

거두어졌습니다.

 

 

 

복음 루가 12,15-21

 

그때에 예수께서 사람들에게 "어떤 탐욕에도 빠져 들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사람이

 

제아무리 부요하다 하더라도 그의 재산이 생명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하시고는

 

비유를 들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밭에서 많은 소출을 얻게 되어 '이 곡식을 쌓아 둘 곳이 없으니 어떻게

 

할까?' 하며 혼자 궁리하다가 '옳지! 좋은 수가 있다.

 

내 창고를 헐고 더 큰 것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산을 넣어 두어야지. 그

 

리고 내 영혼에게 말하리라. 영혼아,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너는 이제 몇 년 동

 

안 걱정할 것 없다. 그러니 실컷 쉬고 먹고 마시며 즐겨라' 하고 말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 어리석은 자야, 바로 오늘 밤 네 영혼이 너에게서 떠나 가

 

리라. 그러니 네가 쌓아 둔 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 고 하셨다. 이렇게 자기

 

를 위해서는 재산을 모으면서도 하느님께 인색한 사람은 바로 이와 같이 될 것이다."




 



며칠 전에는 병원을 가야만 했습니다. 제가 아는 분이 병원에 입원하셨거든요. 그런

 

데 보통 병원들은 1층에 진료실이 있고, 이 진료실을 통과해서 병실로 갈 수가 있지

 

요. 저 역시 이 진료실을 통과해서 입원실로 가고 있는데, 글쎄 어떤 분이 저를 보고

 

서 아는 체를 하시는 것입니다. 예전 본당의 교우였지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신부님, 어디 아프셔서 오셨어요?”

하긴 저 역시 그 자매님께, “아니.. 자매님, 어디 편찮으셔서 오신 거에요?”하고 물었

 

으니까요. 즉, 저나 그 자매님이나 병원에서 만났으니 어딘가 아파서 병원에 온 것이

 

라고 착각을 했던 것이지요. 저나 그 자매님이나 너무나 튼튼한 몸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병원에서 만났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아파서 병원에 온 것이다’라

 

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이 병원에서의 만남뿐이 아니지요. 시장이나 마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우리들

 

은 보통 이렇게 대화의 시작을 엽니다.

 

“뭐 사러 오셨어요?”

그리고 제가 어느 본당에 가면, “신부님 뵈러 오셨어요?” 아니면 “미사 하러 오셨어

 

요?” 식의 질문을 받게 됩니다.

 

맞아요. 자기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그 질문도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제가 성당

 

에 갔는데, “신부님, 어디 아프셔서 오셨어요?”라고 질문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

 

게 내가 어떤 자리에 있느냐는 중요합니다. 상대방은 나의 위치에 따라서 나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내가 있는 그 자리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무 자리

 

나 가고, 나의 자리를 엉망으로 만들어 나갈 때가 얼마나 많았나요? 때로는 죄로 가

 

득한 곳에 가고, 나의 자리를 주님께서 계시지 않는 죄악으로 가득한 곳으로 만들기

 

도 합니다. 그래서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그 자리

 

를 벗어날까요? 하지만 나의 자리를 멋지게 만든다면, 특히 그 자리가 주님을 찬양

 

하는 사랑의 자리가 된다면,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역시 주님을 생각하고 주님

 

을 따르게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나는 과연 어떤 자리에 있나요? 그래서 주님을 얼마나 사람들에게 드러내고 있

 

나요?


오늘은 한가위입니다. 그리고 이 한가위를 맞이해서 긴 시간을 연휴로 보내고 있습

 

 

니다. 하지만 이 시간이 단순히 먹고 즐기는 시간만으로 만들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보다는 주님의 사랑을 통해서 더 뜨거운 가족 간의 사랑을 간직할 수 있는 자리,

 

정이 넘치는 자리로 바로 내 자신이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바로 내 자리가 너무나 소중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보다 더 의미있는 한가위 명

 

절을 보내시길 기도합니다.

 

 

                      나쁘다고 생각되는 곳은 가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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