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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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슬픈 계절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9-22 조회수1,291 추천수14 반대(0) 신고
9월 22일 연중 제25주간 목요일-루가 9장 7-9절


“요한은 내가 목 베어 죽이지 않았던가?”



<슬픈 계절>


‘5공화국’이란 정치드라마를 몇 번 본적이 있습니다. 암울했던 지난 시절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더군요. 불과 얼마 전 일인 것 같았는데, 꽤 벌써 꽤 세월이 흘렀네요.


정치적 야욕을 지닌 한 불행한 군인과 그를 따르던 무리들이 마치 폭력배처럼 정권을 찬탈하고 온 나라와 국민들을 유린하던 정녕 슬픈 계절이었습니다.


정통성, 합법성, 기본적인 도덕성,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춘 것이 없던 정권이다 보니 독재자는 늘 불안에 떨었습니다. 눈만 뜨면 생각하는 것이 권모술수요 정권유지와 연장을 위한 중상모략, 사기극이었습니다. 마치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헤로데처럼 말입니다.


갈릴래아 군주 헤로데, 참으로 불행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로마 속국의 통치자로서 늘 그쪽의 견제와 압력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백성들의 눈치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영토 내 각기 색깔이 다른 정치세력들 사이에서 군주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갖은 잔머리를 굴려야 했습니다. 폭동세력이며, 끊임없이 태클을 걸어오던 종교지도자들이며...그 하찮은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헤로데는 죽을 고생을 다했습니다.


그런 아귀다툼 속에 제몫을 챙기느라 헤로데는 늘 안절부절 했습니다. 때로 정치적 결탁도 하고, 때로 힘으로 내리누르며 그렇게 정신없이 살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헤로데는 세례자 요한을 사형에 처합니다. 그로 인한 민심의 동요도 만만치 않았겠지요. 세례자 요한에 대한 사형집행이후 헤로데의 불안은 더욱 증폭됩니다.


그렇게 이 사람 저사람 눈치 보며, 잔머리 굴리며, 자기 몫도 챙기느라 헤로데는 메시아가 오셨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범합니다.


그토록 고대하던 구세주께서 자기가 다스리던 영토 안에 탄생하고 활동하셨음에도 불구하고 헤로데는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던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왕이었습니다.


오늘 불행했던 왕 헤로데를 바라보며 지도자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지도자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행복한 미래로 이끌기 위한 뚜렷한 비전을 지녀야 할 것입니다. 어떤 길이 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인지, 어떤 길이 절대 가지 말아야 할 길인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이 요구됩니다.


예수님과 동시대에 태어나 오랜 세월 함께 살았던 헤로데,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안테나는 오로지 정권유지에 있었습니다. 그 아무것도 아닌 권력의 연장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그로 인해 그에게 남은 것은 무엇입니까?


멸망이었습니다. 그냥 멸망이 아닌 영원한 멸망이었습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백성들과 함께 한 동반 멸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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