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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뜻대로 살다간 헤로데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5-09-22 조회수888 추천수8 반대(0) 신고

 

 9월 22일 (목)요일 (루가 9, 7-9)

 

 "요한은 내가 목베어 죽이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소문에 들리는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9절)

 

살레시오 수도회 신부님의 강론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에 헤로데가 나옵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부분에서 헤로데가 예수님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예수님의 수난전에도 만나게 되어 예수님을 두 번이나 만나지만 헤로데는 변하지 않고 똑같습니다.

 

헤로데는 영주로서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일을 마음대로 하였던 자로서 세례자 요한도 그에게 희생을 당하였습니다. 헤로데는 내 뜻대로 살다가 죽어간 사람입니다.

 

그의 곁에는 행복보다 불행이 뒤따랐습니다. 목적지가 어딘지 몰랐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헤로데처럼 내 뜻대로 살기 쉽습니다. 고교 시절까지 학교와 집밖에 모르던 제가 수도회에 입회하겠다고 하자 저희 부모님은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 고 하시며 눈물을 흘리시며 허락하셨습니다. 제가 군대가고, 제대하고 나면서부터는 당신들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입회 하고 나서 어느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보게 되었는데 마지막으로 한탄하시며 하시는 말씀이 "내가 팔십 평생 살면서 내 뜻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 라고 하셨습니다. 이렇듯이 만사가 내 뜻대로 안 된다는 것을 숨을 거두기 직전에 깨닫게도 됩니다.

 

이 할머니처럼, 개인적으로 제 부모님과 같이 결국은 나의 뜻을 포기 하도록 이끌려 집니다. 매일의 삶안에서 내 뜻보다는 하느님의 뜻을 찾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과제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잘 모릅니다. 단지 "나의 뜻이 무엇일까?" 보다는 "하느님의 뜻이 무엇일까?" 질문하고 살다보면 언젠가는 그 깨달음을 주시지 않을까요?

 

 

제가 내 뜻대로 살아가고 있는 부분도 상당 부분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이라 여기는 가운데에도 교묘하게 가장 된 나의 뜻이 숨어 있거나, 섞여 있기도 합니다. 

 

어제의 일입니다. 매일 아침마다 새로 들어 온 어린이들과 이사를 간 어린이들을 제 승용차편으로 데리고 오는데, 어제 아침에 비가 쏟아졌습니다. 평상시와 같이 어린이들을 태우고 와서 대문 입구에서 정차하여 어린이들이 내리기를 기다렸습니다.

 

비가 꽤 오고 있어서 아이들이 우산을 펴고 내리는데 잘 되지 않았습니다. 마침 걸어서 할아버지와 고모와 함께 오던 어린이가 차 뒷켠에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차에서 내려 아이들을 도와 주기 시작하자 할아버지께서 "누구차가 막고 있나? 했더니 원장님 차였구먼..." 하시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셨습니다.

 

그 할아버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차를 앞쪽으로 정차시키고 아이들을 내려 주었으면 입구에서 기다리시지 않게 해드렸을텐데 제가 미처 생각을 못했음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보다도 그냥 매일 하던대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할 수 있게 하자." 라는 제 생각에 매여서 어린이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바로 전에 아이들을 차에 태울 때에도 아이들의 가방을 할머니가 들어주시는 것을 보고 스스로 가방을 매고 다닐 수 있도록 해주시라고 부탁을 드렸기 때문에 무심코 늘 하던대로, 어린이들이 스스로 주변 상황을 처리하도록 했던 것입니다.

 

제가 할아버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도 좀처럼 마음이 풀리시지 않는 것 같으셨습니다.

 

저는 한 참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제가 유아들을 배려하는 즉각적인 행동을 취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어른들 두 분이 아이 한 명을 데리고 오시며 앞에 있는 아이들이 우산을 잘 펴지 못하고 실갱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보시면 내가 들어가는데 방해가 되고 있다는 생각에만 사로 잡혀서 언짢아하시기 보다는, 아이들을 도와 주셨으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제 그 할아버지께서 언짢해하신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화가 덜 풀어지셨을 때 전화를 드리는 것이 좋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제가 아이들을 차에서 내려 주고 다른 곳에 주차를 시키기 위해, 늘 하던대로 대문 입구에서 차를 세워서 불편하셨지요? 차를 좀 앞으로 정차 시켰더라면 좋았을텐데 거기까지 생각이 못미쳤습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웃으면서 말씀드렸더니 "아직까지 그것을 생각하고 있느냐? 다 잊었다." 고 말씀하셔서 저도 마음이 개운해졌습니다. 

 

순간의 일이었지만 항상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씀씀이가 몸에 배지 않은 탓이었던 것 같습니다.

 

십여년전의 일로 제가 아끼고 존경했던 선생님이 결혼하고 잠시 아기를 가져서 쉬고 있다가, 함께 오랫 동안 원장님으로 모셨던 저의 남편이 돌아가시자 저를 도와 주기 위해 잠시 근무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어린이 한 명이 그네에서 떨어져 크게 다쳤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선생님이 하던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놀고 있었는데 (물론 담임 선생님도 함께 있었지만)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운동장에 나가봐야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이 무거워서 그냥 앉아 있었더니 사고가 났다며, 자기가 안일하였기 때문에 그 사고를 막지 못했노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자신의 배려가 부족했음을 고백한 그 선생님을 더 신뢰하게 되었지만, 이를 통해 그리고 어제의 제 실수를 통해 다시 한 번, 하느님의 뜻대로 하기보다 내 뜻대로 하려고 할 때, 순간의 실수가 고통이 되어 돌아옴을 되새기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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