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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혹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5-09-22 조회수581 추천수7 반대(0) 신고

 

 

5. 유혹과의 싸움

 

대개 사람들의 과실이란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생겨나 일을 해치는 것인데,

세상의 법은 그 일은 다스릴 수 있지만 마음은 다스리지 못하고,

하느님의 계명만이 그 일을 다스릴 뿐 아니라 또한 그 마음도 다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란 위태롭고,

도리란 희미해서 잠깐 사이에 죄를 짓게 되고,

사사로운 욕심과 그릇된 감정이 곳곳에서 유혹을 합니다.

 

교만으로 유혹하고, 분노로 유혹하고,

탐욕으로 유혹하고, 요사스러움으로 유혹하고,

질투로 유혹하고, 인색함으로 유혹하고, 게으름으로 유혹하기도 하여,

죽어 없어지고 말 곳으로 사람을 빠뜨립니다.

 

정말 이런 유혹들을 시시각각으로 경계하여 물리치지 않는다면,

죄악의 구렁텅이를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죽을 때까지 유혹과 싸우되,

싸울 적마다 잠시도 느슨해서는 안됩니다.

싸움에서 이기면 공적을 이룰 것이요.

이기지 못하면 죄악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지요.

 

공적과 죄악의 판결은 몸이 죽는 날 내려질 것이니,

하느님은 지극히 공정하셔서 선행이 없으면 보답해 주지 않으시며,

하느님은 지극히 의로우신 분이어서 악행이 없으면 벌하지 않으십니다.

 

만약 몸이 죽은 뒤에 영혼이 따라서 사라진다면,

상이며 벌을 누구에게 내리겠습니까?

이는 또한 영혼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입니다.

 

- 이상은 '상재상서', 5장의 말씀입니다-

 

 

인간을 미궁에 빠뜨리는 유혹들이 무엇인지, 

또 그러한 유혹은 근본적으로 나약한 인간의 본성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계십니다.

 

이렇게 인간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성찰한 바탕 위에서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만,

또한 하느님의 정의로운 심판으로

그 공적을 헤아려주신다는 믿음 안에서만

인간은 자신의 나약성과 유혹들을 극복하고

인간으로서의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천주교가 이런 것들을 가르치고

이런 도(道)에 따라 살아가라는 것일진대,

나라와 백성을 유혹하여 어지럽힐 까닭이 무엇이냐? 는

정하상 성인의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느껴지십니까?

 

성인은 1장 머리말에서,

당대의 재상들에게 이 글을 보내며

 

"옛 우리 임금들은 법을 제정하여 금령을 내릴 적에는

반드시 그 뜻과 이치가 어떠하며 해가 되는 것은 어떤 것인가를 살펴본 뒤에,

금지해야 할 것은 금지시키고 금지하지 않아도 될 것은 금하지 않았다"

고 하면서

"만일 그것이 정말 뜻과 이치에 합당하면 비록 천한 사람의 말일지라도

성인(聖人)은 반드시 받아들였고, 

아무리 나쁜 사람의 말이라도 옳은 말이면 들어주었던 것"이

우리 나라의 전통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니 이제 천주교의 뜻과 이치를 이 '상서'에서 펴보일 터이니

해가 되는 것이 있는지, 금지해야 할 것인지를  잘 살펴보라고 호소합니다

 

이어서 정하상 성인은

"신유년 전후, 인명이 크게 손상되었건만,

어느 누구도 천주교의 근본을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원통하기 짝이 없는 말로써

사교(邪敎: 간사할 邪, 가르칠 敎)라고 몰아붙여 사형으로 다스린"

사실에 대해 "애통하다:고 말합니다.

 

이런 머리말을 1장에 쓰고 난 후,

2장에서 하느님이 계시는 증거를 꼼꼼히 열거하며 천주 존재를 증명하고 있고,

3장에서는 사람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것, 모두가 하느님의 힘(은총)이라고 힘주어 말하며,

4장에서는 천주학의 근본 도리인 십계명을(먼저 소개하였음) 풀어 설명하고,

5장에서는 인간의 나약한 실존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목숨을 겨누고 있는 칼 날 아래서

사력을 다하여 천주학의 도리가 그릇된 것이 아님을

간곡하게 아뢰고 있는 정하상 성인의 절박한 마음이 느껴지십니까?

 

순교자들은 흔히, 처음부터 이 세상의 삶을 '지나가는 나그네'처럼 생각하여

저 세상을 더 염원하였던 사람들처럼,

잘못하면, 염세주의적인, 회의주의적인, 현실도피적인 사람들로 오인하기 쉽지만

누구보다 이 세상을 사랑하고

이 세상 안에 하느님의 도리가 펼쳐지기를 열망하였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서 펼칠 수 있는 길이 원천봉쇄되었던 사회 속에서

하느님의 도리를 배반하고 그 사회의 법을 따를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구구절절, 당신이 믿는 천주교의 도리가

나라와 백성에게 해를 주기는 커녕, 인간이면 누구나 따라야할 근본 도리임을

삶과 죽음으로, 언어와 몸으로 역설하고 있는

정하상 성인과 동료 순교자들의 정신과 마음 속에

오늘 하루도 깊이 잠겨 봅니다.

 

한국의 순교자들이여, 우리를 위하여 빌으소서!

 

 

200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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