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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벽을 열며 / 빠다킹신부님의 묵상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9-28 조회수803 추천수5 반대(0) 신고

 

 

                       2005년 9월 28일 연중 제26주간 수요일

 

 

제1독서 느헤미야 2,1-8

 

아르닥사싸 황제 제이십년 니산월, 나는 어전에 주안상을 차려 바치고 술을 따라 올

 

리게 되었다. 그런데 내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시고 황제께서 물으셨다.

 

“왜 그렇게 안색이 좋지 않으냐? 몸이 불편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면 틀림없이 마음

 

에 무슨 걱정이 있는 모양인데, 무슨 일이냐?”

 

나는 송구스러워 몸 둘 바를 몰라하며 아뢰었다. “폐하, 만수무강을 빕니다. 소신의

 

선조들의 뼈가 묻힌 성읍이 돌무더기로 남아 있고 성문들은 불에 탄 채 그대로 버려

 

져 있습니다. 그러니, 어찌 근심이 떠나겠습니까?”

 

“그러면, 그대의 소청은 무엇이냐?”

 

황제께서 이렇게 물으시기에 나는 하늘을 내신 하느님께 기도를 올리고 아뢰었다.

 

“폐하께서 좋으시다면, 그리고 소신을 곱게 보아 주신다면, 소신을 유다로 보내 주

 

셔서 소신의 선조들의 뼈가 묻힌 성읍을 다시 세우게 하여 주십시오.” 황제와 그 옆

 

에 앉으셨던 황후께서, 얼마나 걸리면 갔다 오겠느냐고 물으셨다. 나는 얼마 만이면

 

다녀오겠노라고 아뢰었다. 황제께서는 기꺼이 허락을 내리셨다.

 

그때 나는 이렇게 청을 올렸다. “폐하께서 좋으시다면, 유프라테스 서부 지방 총독

 

들에게 가는 친서를 내려 주시어 소신이 유다까지 무사히 가도록 하여 주십시오. 또

 

황실 살림을 맡은 아삽에게 가는 친서도 내려 주시어 성문을 짜고 성을 쌓고 소신이

 

들어가 살 집을 지을 재목을 제공토록 하여 주십시오.”

 

나의 하느님께서 나를 잘 보살펴 주신 덕분에 황제는 이 청을 들어주게 되었다.

 

 

복음 루가 9,57-62

 

예수와 그분의 제자들이 길을 가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예수께 “저는 선생님께서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

 

은 머리 둘 곳조차 없다.” 하고 말씀하셨다.

 

다른 사람에게 “나를 따라오너라.” 하고 말씀하시자 그는 “선생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 장례를 치르게 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예수께서 “죽은 자들의 장례는 죽은 자들에게 맡겨 두고 너는 가서 하느님 나라의

 

소식을 전하여라.” 하셨다.

 

또 한 사람은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먼저 집에 가서 식구들

 

과 작별 인사를 나누게 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쟁기를 잡고 뒤를 자꾸 돌아다보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들

 

어갈 자격이 없다.”




어제는 저녁 9시가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들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잠 속에 빠져 있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있는 갑곶순교성지에

 

서 순교자 현양대회를 어제 개최했었거든요. 참석하신 숫자는 2천~3천 사이

 

(어떤 분은 5천명이 왔다고 하시는 분도 계신데 그 정도는 안 될 것 같네요)

 

정도 된답니다.

 

아무튼 저는 어제 새벽 4시부터 성지에서 손님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답니

 

다. 그러면서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었어요. 그것은 순례객들이 오고 난 뒤에

 

드러나는 쓰레기였답니다. 작년 제1회 순교자 현양대회를 끝내고서 나온 쓰레

 

기를 처리하느라 거의 일주일 내내 고생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졌거든

 

요.

 

그래서 주교님께서 미사 중에 공지사항을 할 수 있도록 청했고, 저는 “이곳은

 

쓰레기 치울 사람이 없습니다. 관리인도 없고, 제가 모든 것을 다 합니다. 만

 

약 이 많은 분들이 쓰레기를 버리고 가신다면 저는 또다시 일주일 내내 쓰레기

 

를 치우다가 시간 다 보낼 것입니다. 따라서 쓰레기는 그냥 가지고 가셨으면

 

합니다.” 라는 말씀을 신자분들에게 드렸습니다.

사실 오신 신부님들은 제가 공지사항을 한다고 하니까, 후원회 가입하라는 이

 

야기를 한다든가 아니면 제가 쓴 책이나 성물을 사달라는 말을 할 줄 알았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성지가 그러니까요.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쓰레기를 꼭 치우

 

고 가라는 말 한마디만 하고서 내려오니까 어의가 없었나 봅니다. 그래서 미사

 

끝나고 제게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세요.

 

“이렇게 많이 오셨는데, 쓰레기가 안 나오겠니? 따라서 여기 힘든데 도움 달라

 

는 말이나 하지, 쓰레기 치워달라는 말은 왜 하니?”

갑곶성지에 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돈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는 기도를 많이 해달라고 하지요. 이 성지가 돈으로 만들어지는 성지, 대신 기

 

도와 사랑이 가득한 성지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요. 왜냐하면 제 개인적

 

으로 그런 체험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기도가 어제 또 이루어졌답니

 

다.

 

비록 수입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글쎄 제가 미사 후 성지를 돌아다니면서 주

 

운 쓰레기가 한 줌 밖에 되지 않았답니다. 즉, 사람들은 이 성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셨고, 그래서 그렇게 많은 분이 오셨는지 모를

 

정도로 깨끗한 성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모습을 보

 

고서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이곳을 사랑해주시는 지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

 

니다.

 

예수님 아래 모인 신앙 공동체의 힘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

 

장 중요한 것은 기도와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기도와 사랑만 있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도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이 사실을 늘 강조하셨지요. 그리고 이런 자세를 갖추고 항구하

 

게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십니다. 왜냐하면 이 길만이 우리를 참된 행복으로

 

이끌어주니까요.

 

“쟁기를 잡고 뒤를 자꾸 돌아다보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이 없

 

다.”

이 세상 것을 소유하려는 사람은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게 됩니다. 하지만 기도

 

와 사랑만을 간직하려는 사람은 하느님만을 바라보게 됩니다.

여러분들은 과연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요?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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