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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석양의 노을처럼
작성자김창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5-10-02 조회수748 추천수7 반대(0) 신고
 

   1984년 5월 6일 일요일 아침! 여의도 광장에 오십만이 넘는 인파가 모였습니다.  교황성하께서 성직자들과 함께 집전하신 미사와 시성식이 개최되었지요.  13세의 소년 유 베드로부터 72세의 정 마르코에 이르는 103위의 남녀 성직자와 평신도들이 가톨릭교회의 성인반열에 올랐습니다.  


   “배교하겠다.”는 한마디 말이면 생명을 지켰을 터인데도 영원한 삶을 택하고자 순교의 길을 택한 임들의 고통과 상처를 그려봅니다. 박해역사가 일러주듯 손과 발에는 족쇄가, 목에는 칼이 채워진 체 옥에 가두어 끼니도 제대로 주지 않아 허기졌고, 형틀에 메어 곤장을 치고 주리를  트는가 하면, 거꾸로 매달아 물을 퍼붓고, 팔다리를 비틀어 뼈를 빠지게 하며, 대꼬챙이로 살을 찌르고 밧줄을 몸에 감아 줄 톱질하는 갖은 악형과 고문을 당했습니다.  온몸이 멍과 피투성이가 된 체 선혈이 낭자한 임들은 마침내는 휘광이의 칼에 목숨을 바쳤습니다.


   지금도 절두산에 가면 순교자들의 목을 넣어 자른 큰 형구 돌을 볼 수 있답니다.  서양오랑캐가 더럽힌 강물을 서학의 무리(천주교인)의 피로 씻겠다며 신문도 하기 전에 목부터 잘라 임들의 피로 한강을 물들였다 하니 무명 순교자의 수는 헤아릴 길이 없습니다.  교회지도자들의 경우는 군문효수형에 처해졌는데 벤 목의 머리털을 말뚝에 묶어 사흘간 매달아 두기도 했답니다.


   십자가 고상이나 묵주 등 성물에 침을 뱉으면 배교한 것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관용에도 배교대신 죽음의 길을 택하였고 갖은 모욕과 악형 후에 참수 당했어도 신앙을 지키신 순교자들이야말로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길을 따르신 분들이지요.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를 입으신 분이시지요. 탄생시만 하더라도 가난한 목수가 양부였고 빈방조차 없었기에 외양간의 말구유에서 나셨습니다. 갓 난 영아 시절에 대학살을 피해 이집트로 피난길에 올라야만 했던 분이십니다. 


   공생활 시절에 입은 상처도 부지기수지요. 같은 하느님을 믿는 백성의 사제와 율법학자들의 따가운 시선과 배반을 당하셨습니다.  게쎄마니 동산에서 잡히시던 날 밤, 마음이 괴로워 죽을 지경이었기에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기를 청했지만(마태 26:38)그들은 잠만 자고 있었지요. 당신의 제자들에게까지 배신을 당하신 분이십니다. 은전 몇 푼에 스승을 팔아넘긴 유다, 예수를 세 번씩이나 모른다고 부인한 베드로, 예수님께서 잡혀가시자 뿔뿔이 흩어진 제자들의 모습이 이를 말해줍니다.   


   십자가의 길에서 받은 모욕은 어떻습니까?  침을 뱉고 채찍질을 당했고, 왕관 대신 가시관을 썼습니다.  남을 구하기 전에 자신의 목숨이나 건져보라는 야유를 받았고 하느님께 살려달라고 하지라는 조롱도 받아야만 했습니다. 어쩌면 하느님에게까지 철저히 버림을 받은 고독감마저도 느끼지 않았을까요? 


   우리 순교성인들은 예수님처럼 죽음을 몸으로 체험하며 서산의 해처럼 기울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생명은 살아있어 석양의 노을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겪은 갖가지 수난과 고통은 분명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예수님께서도 갖은 수난과 십자가 고통을 이기고 부활하시어 하느님의 옥좌 오른편에 앉아 계시듯이 성인들께서도 이제 영원한 삶을 누리며 그리스도께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임을 증언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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