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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후, 요나는?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5-10-05 조회수752 추천수8 반대(0) 신고


 

 



연중 27주간 화, 수요일 말씀: 요나 3,1-10; 4,1-11

주님의 말씀이 소명을 거부했던 요나에게 다시 내렸다.
"어서 저 큰 도시 니느웨로 가 내가 일러 준 말을 그대로 전하여라.”
요나는 주님이 일러주신 대로 니느웨에서 회개를 선포했다.

니느웨 사람들은 높은사람 낮은사람 할 것 없이 하느님을 믿고,
회개했다는 표시를 즉각적으로 행동으로 나타냈다.
그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부르짖고, 나쁜 행실을 모두 버렸다.
하느님은 뜻을 돌이켜 그들에게 내리서려던 재앙을 거두시었다.

니느웨는 다 돌아다니려면 사흘이나 걸리는 큰 도시였지만
요나는 겨우 하루 동안 돌아다니며 회개를 선포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최초의 소명을 거부했던 요나.
그가 도망갔던 이유는 원수의 나라를 회개시키기 싫어서이다.
그들이 마음을 돌려먹고 행실을 고쳐서 하느님께 구원받는 꼴이 보기싫어서이다.

과연 자신이 우려했던 사실이 현실로 나타난 것을 본 요나.
요나는 잔뜩 화가 나서 퉁명스럽게 기도했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당장 거두어 달라고 말할만큼 화가 터졌다.

주님은 부드럽게 타이르시지만.
요나는 시내를 빠져나가 동쪽으로 가서
거기에 초막을 치고 그 도시가 장차 어찌 되는지 지켜보기로 한다.
자신의 기도(?)가 먹혀들 것인지 지켜보려는것일까?

인류의 원형, 아담과 하와 그리고 카인이
하느님과 멀어질 때마다 한결같이 걸어갔던 동쪽!
그곳에서 남이 잘못 되는 것을 바라며 지켜볼 심산인 요나.

아담과 하와의 허술한 무화과 잎사귀를 가죽옷으로 바꾸어 주시던 주님.
카인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인을 이마에 붙여 주시던 주님.
바로 그분이 분노에 이글이글 타 기절하기 직전인 요나를 덮어주신다.

요나는 주님의 그늘 덕분에 아주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이튿날 새벽, 주님은 왠일인지 그 그늘을 없애 버리셨다.
쨍쨍 내리쬐는 햇빛과 뜨거운 열풍 속에서 다시 요나는 투덜거린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

어쩌면 하느님의 곁에서 멀리 멀리 떠나가는 인간의 상황은
늘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말이
저절로 입에 붙어다니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주님께 엄포를 놓아 얻어내려했던 상황의 반전도 수포로 돌아가고.
기분좋은 그늘의 위안도 하루밖에 가지 못할 일시적인 것들이다.
근원적인 문제는 요나 자신 안에 있었다.
요나는 아직도 시커먼 물고기 뱃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이다.

그가 그 칠흙같은 뱃속에서 나올 수 있으려면
원수의 마을에서도 무죄한 어린아이 십이만의 생명을 발견할 수 있을 때이다.
아니, 원수같은 이들 안에서도 어린아이같은 티없는 심성을 발견할 수 있을 때다.
그 "앞뒤 못가리는" 철없는 심성을 측은하게 바라볼 수 있을 때다.

 

아, 그보다...

그 원수의 마을, 니느웨가 자기 삶의 목적을 이루어내야 할 도시,

자신의 일생을 뿌리 내려야 할 진정한 고향임을 알아보게 될 때이다.

말라죽은 아주까리 하나!
그것은 요나가 꾸준히 가꿔 길러야 할 하느님의 마음, 자비심이었다.
그 아주까리를 말려 죽인 태양과 열풍은 살인적인 그의 증오였다.
.
.
.
요나의 이야기는 더 이상 전해지지 않는다.
요나는 과연 그 뜨거운 동쪽 언덕,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 언덕에서 내려왔을까?
내 마음 안, 한편 동쪽에 초막을 짓고 앉았던 그 요나는?

 

 

희망의 속삭임 / Phil Cou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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