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깊어가는 가을, 영혼의 무기인 묵주를 손에 들고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10-06 조회수944 추천수15 반대(0) 신고
10월 7일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루가 11장 15-26절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너희 가운데 와 있는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영혼의 무기인 묵주를 손에 들고>


운전할 때 가끔씩 라디오 청취자들이 보내오는 사연들을 듣습니다. 참으로 살아있고, 때로 눈물겹게 감동적입니다. 어제도 ‘한 사연’을 듣고 있노라니 코끝이 찡해오더군요.


몇 년 전 가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남편을 회상하는 한 부인의 편지가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사고로 반 토막 밖에 남지 않은 손가락 하나, 그래서 늘 감추고만 싶었던 손가락, 남편과 맞선 볼 때도 교묘하게 감추었던 손가락이었습니다.


그런데 살아생전 남편은 아내의 그 반 토막 뿐인 손가락을 그리도 애지중지했다고 합니다. 남편은 반이 날아갔기에 늘 허전하고 시린 아내의 반 토막 손가락을 그토록 애지중지했다고 합니다. 잠들 때는 늘 반 토막 밖에 남지 않은 그 손가락을 자신의 가슴에 안고 잠들었답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반 토막짜리 손가락 끝이 시려오니, 먼저 떠난 남편이 그리도 원망스럽고, 그립다는 사연, 열심히 살아갈테니 하늘나라에서 지켜봐달라는 가슴 아픈 사연이었습니다.


또 다른 슬픈 사연, 그러나 씩씩하게 살다가 이 세상을 하직한 한 어머니의 사연입니다.


“저는 말기 암 환자로 더 이상 치료약이 없다는 군요.

서른넷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불과 이년 만에 병을 맞았습니다.

어떻게 내게 이런 병이 왔다 슬프기도 했지만

병은 내게 삶을 다시 보는 눈을 주었습니다.

식구들과 같은 밥상에서 식사를 하고 숨을 쉬고 잠자는 것,

하찮게 느껴졌던 일상이,

마음대로 먹을 수도 없고 통증 때문에 숨쉬기도 잠자기도 힘든 지금은,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고통이 없는 세상에서 산다면

우리는 겸손과 감사, 사랑을 알지 못하고 살아가겠지요.”

(추희숙, MBC 라디오 ‘여성시대’ 투고 사연)


오늘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입니다. 살다보면 어찌 그리 가슴 미어지는 슬픈 사연들이 많은지 모릅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겪게 되는 슬픔의 가장 큰 원인은 사별(死別)이겠지요. 무엇이 급했던지 그리도 젊은 나이에 황망히 떠나간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 앞에 남은 사람이 감내해야할 슬픔은 너무나도 큰 것입니다. 그리도 한번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치던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홀로 남겨두고 먼저 떠나가기가 못내 아쉬워서 피눈물 흘리던 사람을 어떻게 가슴에서 지울 수가 있겠습니까?


가슴 미어지는 사연들, 한 맺힌 사연들을 지닌 분들에게 오늘 묵주기도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묵주기도는 아주 간단한 기도지만, 기도 중의 기도입니다.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보편적인 기도입니다. 뿐만 아니라 묵주기도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바칠 수 있는 좋은 기도입니다.


묵주기도는 그저 습관적으로 신속히 해치워야 할 기도가 아니라, 예수님의 일생을 성모님과 함께 천천히 되새기는 묵상기도입니다.


묵주기도를 바칠 때 마다, 성모님의 마음으로 예수님의 일생을 묵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지극히 겸손했던 예수님의 마구간 탄생, 정겨웠던 나자렛 성가정에서의 생활, 희망에 찬 출가, 활기찼던 공생활, 연민과 사랑이 가득했던 착한 목자로서의 삶, 처절했던 십자가 죽음, 영광스런 부활을 천천히 음미하다보면 어느새 우리의 내적인 번민이나 슬픔, 상처나 고통이 천천히 치유되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묵주기도 안에서 또 다른 나자렛의 마리아가 되어 정성껏 예수님의 일생을 묵상하다보면, 하느님의 따뜻한 위로의 손길이 소리 없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슬픈 인연들이 떠오를 때 마다, 깊은 마음의 상처로 인한 괴로움이 엄습해올 때 마다 지체 없이 묵주를 손에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깊어가는 가을, 영혼의 크나큰 무기인 묵주를 늘 손에 들고 성모님처럼 그렇게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