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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97) 사랑은 죄였습니다.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10-07 조회수874 추천수5 반대(0) 신고

2005년10월7일 금요일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ㅡ요엘1,13-15.2,1-2;루가11,15-26ㅡ

 

       사랑은 죄였습니다.

                              이순의

 

 

성모님께 입혀드린 주머니 옷입니다.

직접 제작하여 드린 맞춤옷인데요.

기도가 끝나고 혼자 계실 때는

주머니 옷을 입고 계신답니다.

가방 끈도 달아 드렸어요.

히~~!

 

 

얼마 전에 종료된 드라마가 있었다.

하는 일 없이 시간에 쫒기다 보니 어떤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본다는 것은 그렇게 쉽지가 않았다. 그러나 그 드라마는 좀 열심히 시간을 내어 지속적으로 보았던 것이다. 유명한 여배우(이효춘 분)와 감독이었던 부부 사이에 역시 유명한 미모의 후배 여배우(장미희 분)가 등장을 하고 결국 기존한 가정은 쪼개지고, 새 가정(?)이 탄생된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들이 자라고 헌 아이들은 굴곡진 여정의 삶을 살아가지만 그 업보의 곡절들이 모두 부모들의 얽힌 실타래에서 시작된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내 아이에게 내가 얼마나 대단한 엄마인지, 또 아빠가 얼마나 대단한 아빠인지, 그저 자화자찬의 감사를 느끼며 감상을 했었다.

 

그런데 그 자식들이 다 자라서 어른이 되고, 사회인으로 제 삶의 첫 관문을 통과해야하는 기로에 서게되고! 양쪽의 어머니들은 서로가 발판이 되어 자식들의 길에 드리워진 모든 걸림돌들을 말끔히 제거하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이 지니고 살아온 업이 그렇게 간단하게 조약돌 치워지듯이 집어서 던져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사랑이 죄입니까?>라고 말하며 불륜의 사랑을 정당화하고 또한 나꿔채 소유하였던 후배 여배우는 결국 인민재판 같은 기자회견을 하게된다.

 

<왜 자녀들에게 과거의 모든 것을 숨겼습니까? 사랑이 죄냐고 했었는데 그 사랑이 변하기라도 했습니까?>

세월이 지난 후에도 기자들의 집요함은 결코 쉬지 않았다.

<네. 사랑은 죄였습니다. 사랑이 죄였으니까 제 자식에게 숨겼던 것이지요. 김감독님과 저는 부부이지만 멀어진지 오래였고, 하지만 제 자식들에게만은 가정을 지켜 주고 싶었고.....>  

여인의 인생과 어머니의 인생은 확연히 구분지어지는 순간이었다. 여인의 인생은 얼룩이었지만 어머니의 인생은 얼룩이고 싶지 않았던.....!

 

그러나 여인의 얼룩이 어미의 가슴에 주홍글씨로 새겨져 있었으니 자기 자신도 지울 수 없는 것을 누가 지울 수 있겠는가? 세월에 숙련된 노련한 어머니는 그 주홍글씨를 인정하며 살 수 있었던 여인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안고  어머니의 길로 전환되는 면죄부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어머니는 면죄부를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더한 주홍글씨라도, 더한 돌맹이라도, 받고 맞으며 살겠노라고 만방에 선포하는 것이었다. 내 사랑의 죄값을 내가 달게 받을 것이니 죄없는 내 자식에게 주홍글씨를 새기지 말아달라는, 돌을 던지지 말아달라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어쩌면 그토록 죄 많은 여인에게 주홍글씨를 더 깊게 새겨 달라고, 더 큰 바위덩어리의 돌을 던져 달라고, 사정사정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드라마이지만 제법 살아 본 세월 탓이었는지 너무나 공감이 가는 장면이었다. 나는 얼마나 많은 죄의 여인일 것인가? 나는 얼마나 거룩한 어머니일 것인가? 내가 아무리 죄가 많다고 해도 내 아이에게 내 죄의 업보를 물려준다는 끔찍한 상상은 떠올리기 조차 싫은! 그러나 드라마처럼 사람이 보지 못하는 시공의 초월선을 넘나들며 걸고 역고 살아지는 인연의 고리들을 어떻게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더욱 죄스러운 어미의 역할을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 암담해지기까지 했다. 사랑이 죄입니까? 네! 사랑은 죄였습니다.가 화두가 되어 깊어지는!

 

그리고 오늘은 원죄 없으신 마리아의 묵주기도 축일이다. 그런데 사랑은 죄였으니 마리아도 죄인이었다. 예수님도 죄인이었다. 사랑을 했으니 죄일 수 밖에. 수험생 기도를 다니면서 느끼는 것도 사랑은 죄였다. 모든 사랑은 죄였다. 여배우와 유뷰남 감독의 사랑만 죄인 것은 아니었다. 모든 사랑은 죄였다. 사랑이 죄가 아니었다면 주님께서 어찌 사형선고를 받을 수 있었겠는가? 우리 죄의 결과로 우리를 사랑하셔서 무고하신 주님께서는 죄인이 되었다. 그러니 우리를 사랑한 주님의 사랑은 죄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런 죄인인 아들을 사랑한 마리아의 사랑도 죄인 것이다. 사랑은 죄였으니 그렇게도 모질은 고통의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기며 아들의 십자가 길을 따라야 하는! 아~~! 가슴이 미어지고 찟어진다. 아~~! 지독한 사랑이여! 아~~! 모질은 보속이여! 흔히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불륜의 사랑은 죄라고 한다. 청춘 남녀의 열절한 사랑은 당연한 것이고 아름다운 결실의 사랑이라고 부러워한다. 어린 아이들은 어린 아이들 대로 머지 않은 미래의 사랑을 꿈꾸고, 늙은 노인들은 노인들 대로 지나온 청춘의 사랑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며 황홀해 한다. 그런데 사랑은 죄였어라!

 

사랑이 죄였다. 그 지고지순한 반려의 사랑을 소유한 죄 값이 얼마치던가? 아~~! 가슴이 통곡을 한다. 억울한들 무슨 소용인가? 아까운들 무슨 소용인가? 허무한들 무슨 소용인가? 그런데 그 사랑만 죄인 것은 아니었다. 어미의 인생은 얼룩일 수 없다던 그 숭고한 모성조차도 죄였었다. 엄마들은 기도를 통해 날이면 날마다 사랑을 통회한다. 자식을 낳느라고 사랑한  죄! 자식에게 먹이느라고 사랑한 죄! 자식에게 입히느라고 사랑한 죄! 자식을 키우느라고 사랑한 죄! 자식을 가르치느라고 사랑한 죄! 자식에게 바라느라고 사랑한 죄! 자식이 아파하는 걸 지켜 보느라고 사랑한 죄! 자식이 힘들어 하는 걸 바라보느라고 사랑한 죄! 자식이 공부하기 싫어하는 걸 삭히느라고 사랑한 죄! 자식을 인정해 주고 품어안느라고 사랑한 죄! 다 열거할 수도 없이 무수히 많은 죄를 통회하다보니 정말로 사랑은 죄였더라!

 

사랑한 죄가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많았던지 여배우의 얼룩은 손톱밑의 때만큼도 커 보이지 아니 하더라! 살아보았더니 주님께서도 사랑한 죄가 많아서 사형에 처하였고, 어머니 마리아도 사랑한 죄가 커서 모질은 인생을 살았던 것을....! 사랑은 죄였드라! 사랑은 죄였드라! 사랑은 죄였드라. 사랑은 죄였드라. 사랑은 죄였다고 하지를 않는가?! 사랑이 죄라는데 무슨 면죄부를 받겠다고 청원할 것인가? 주님처럼 십자가를 져야하고, 마리아처럼 가슴이 문드러져야만 한다. 사랑은 죄라는데 더 붉은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기고, 더 굵은 돌덩이를 맞아야 하고, 더 깊은 통회와 성찰을 견뎌야 하고...... 그토록 지긋지긋한 사랑을 하지 않고 살아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교회 내에서 수험생기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과 수험생 기도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고 들었다. 직접 참여해 보기 전에는 특정한 목적을 지향하는 개인기도는 공동체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하지 않았었다. 그렇다고 찬성도 하지 않았으니 그냥 묵과해버린! 그런데 막상 공동기도에 참여해 보니....! 가톨릭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감동하고 있다. 집에서 혼자하는 기도였다면 아마도 십중 팔구는 요청이었을 것이다. 공부 잘 하게 해 주세요. 명문대학 가게 해 주세요. 점수 올라가게 해 주세요. 셀 수도 없이 많은 분심들을 요청하느라고 기도의 전부를 소진하고 앉아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공동기도에 참여해 보았더니 수험생에게 바라는 기도가 아니라 죄 많은 어미를 성인으로 단련 시키는 기도였던 것이다. 공동 기도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사랑이라는 화려하고도 크나 큰 명패를 가슴에 달고 날이면 날마다 죄를 쏟아내느라고 세월을 좀먹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미인 나를 비우고 비우는 성인의 반열로 인도 해 주는 것이 모여서 함께하는 수험생을 위한 100일 기도였던 것이다. 간혹은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느라고 흐느끼는 어머니를 따라서 함께 흐느끼는 어머니들의 모습도 나를 성인의 길로 인도하고 있었다. 우리성당에서는 결코 짧지 않은 100일이라는 기간동안 수험생을 위한 기도가 해마다 있어왔다. 때로는 신부님들에 따라서 금지령을 내리셔서 조심조심 시행된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해마다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 기도가 나에게 사랑은 죄였다는데....

그래서 신이신 주님도 죽었고, 원죄없으신 마리아도 고통이었다는데...

 

수험생을 위한 십자가의 길

제6처 베로니카,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 드림을 묵상합시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을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님, 아이들은 희망을 잃었나 봅니다. 모두 지처서 울고 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도 있습니다. 간구하오니, 죽음의 고통도 참아내신 당신의 얼굴을 공부에 지친 아이들의 가슴에도 새겨 주소서. 이에 위로를 받아 힘을 얻게 하시고, 나아가 베로니카처럼 제 수건으로 힘들어 하는 친구의 얼굴도 닦아 줄 수 있는 마음을 주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수험생을 위한 100일 기도를 허락해 주신 본당 신부님들과 수녀님들께 감사드리며, 매주 꽃을 봉헌해 주시는 꾸리아 단장님과 돌아가면서 참여해 주시는 단체장님들, 관심과 애정으로 기도에 참여해 주시는 교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기도를 통하여 제 자식이 살아서 숨쉴 수 있음에 감사를 느끼고, 사랑이 죄여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의 고통을 감당해버린 주님을 본 받아 기꺼이 십자가를 지고 사랑이라는 죄목의 올바른 형벌을 감내할 것을 지향합니다. 더불어 국가에 속하신 모든 수험생들께 격려와 죄 많은 어미의 사랑을 보냅니다. 힘내십시오.

 

그러나 나는 하느님의 능력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루가11,20ㅡ 

 

 

 

♡사랑은 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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