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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처들이 슬쩍 녹아 없어지지는 않는다.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5-10-08 조회수694 추천수6 반대(0) 신고

10월 8일 (토)요일

 

상처들을 성급하게 치유하려 해서는 안 된다. 가장 먼저 내 자신의 상처들과 화해해야 한다. 내 상처들이 그냥 슬쩍 녹아 없어지지는 않는다. 나는 상처들을 항상 다시 감지한다.

 

상처받기 취약한 곳은 다시 찔린다. 내가 그것을 막기 위해, 즉 상처받기 쉬운 취약한 곳을 더 이상 감지하지 않고 더 이상 찔리지 않기 위하여 갑옷을 걸치면, 나는 스스로 생생함을 잃고 만다.  

 

내 상처들을 받아들이고 그 상처와 화해해야만 생기 있게 머무른다. 그리고 나면 밤새 씨름한 끝에 하느님께서 야곱의 엉덩이뼈를 치셔서 야곱이 평생 절름거렸듯이(창세기 32, 23-33) 상처는 하느님께서 내게 작용하신 기념비가 될 수 있다.

 

야곱은 바로 상처입은 자로서 이스라엘 민족의 선조가 되었다. 야곱은 평생 싸워 성공을 거둔 약삭빠른 자로서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그가 밤에 하느님을 만나지 못했고, 자기가 상처입지 않았다면 자기 형 에사오를, 즉 자기의 그림자를 마주 보며 걸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서야 야곱은 에사오안에 있는 자기 자신의 그림자를 감싸 안을 수 있고 그 그림자와 화해할 수 있다.

 

우리의 상처는 우리를 무기력한 지점으로 데려간다. 상처들은 우리 내부에 우리가 저항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음을 보여준다. 무기력한 이 지점이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은총의 침입구가 될 수 있다.

 

다시말해 하느님께서 우리를 만나시는 장소, 아무런 저항도 없이 하느님을 영접할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사람을 살려라/ 안셀름 그륀> 발췌

 

 

얼마전에 친구와 대화중에 들은 이야기입니다. 기도를 할 때, 예수님께서 토마에게 상처 입으신 손을 내미시는 모습이 상상 되었는데 예수님의 상처 입으신 손이 아물지 않은 모습으로 보여졌다고 합니다.

 

자기의 상처를 굳어진 모습으로 의식 저편에 밀어두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생생하게 떠올려서 직면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무의식안에 밀어두었던 상처는 외부의 자극으로 인해 건드려지면 폭발력을 가지고 튀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상처를 만나는 아픔을 통과한 후에, 자신의 상처와 화해한 후에야 비로소 새살이 돋듯이 자유로와지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에 비로소 평온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약함앞에서도 관대해질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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