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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가을 풍경
작성자김성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5-10-09 조회수602 추천수1 반대(0) 신고

가을 풍경

 

빨간 고추
주렁주렁 매달려
노총각 자극하고
주황색 늙은 호박
입맛 다시게 하고
딱딱 입 열어
희고 흰 깨알
뿜어내며 고소한
냄새 주던 참깨...
열무 배추 무 쪽파...
텃밭들은 모두 사라지고
그 위에 하늘 높이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 대체 사람들이
들어와 살고 있습니다.

 

돈 몇 푼에
처마 끝에 얼기설기
방을 내고 그나마
텃밭을 가꾸어
근근히 살아가던
까만 주름 골이
깊이 패인 시골 할머니
쫓겨간 문간방
근처 공터에
지겨운 텃밭을 만들어
열무랑 가지랑 쪽파 심어
햇 지푸라기로
단을 만들어

고된 삶으로

정 들었던
아파트로 가는
신작로 언저리에
펼쳐놓고 핸섬한
사람들에게
팔고 있습니다.

 

뉘엿뉘엿 가을 햇살
서서히 긴 그늘
남기며 사라져 가는
갑자기 생긴 시골
아파트 단지
오가는 사람
시끌벅적하지만
종일 따가운 햇살에
목말라
신음하던
열무 몇 단 가지 몇 알
쪽파 몇 단 잔뜩
시들어 제 빛 잃고
급해진 할머니 얼굴
검붉게 상기된
주름과 주름 골마다
실개천이 생겨
슬픈 물이 흐르고
간절한 호객 소리
차가워진
가을 바람만
스쳐갑니다.

 

2005년 10월 9일

연중 28주간 주일 한글날
김모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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