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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00) 400번 째 아침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5-10-10 조회수1,207 추천수16 반대(0) 신고

2005년10월10일 연중 제 28주간 월요일 ㅡ로마서 1,1-7;루가11,29-32ㅡ

  

                400번 째 아침

                                   이순의

 

 

 

 

 

찬미 예수님

 

가을이 깊었습니다.

지난 여름은 비가 많아서

생업에 막대한 지장이 있었고

자식의 고3을 뜻과 다르게

보낼 줄 몰랐던 여름이었습니다.

그래도 세월의 모래시계는

멈추지 않았고

쉬지도 않고 가 주신.

그 사실이 탄복입니다.

만약의 지난 여름이

멈추어 서서

그대로 붙박이가 되었다면

그렇게 쪼들리는 비통을

어떻게 평생 살아 낼 수 있을 것입니까? 

시간이 멈추지 않고 간다는 사실!

그래서 움직이는 것은 모두가

변화되고 있을 것이라는....

 

오늘은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낯설은 풍경의 생소한 골목에서

외로움과

쓸쓸함과

고독을 등짐지고

육신은 육신대로

몸부림 하는!

 

혼은

육신의 탄탄한 받침 위에

존재한다는

필연적인 관계를

조절해야만 합니다.

작년에는 항문의 괄약근이 무너지는....

그래서 올 해는

괄약근께 잘 해 드리고 있다지만 

그 또한

제 몸이라 하여 제 맘대로가 아닌

몸의 마음이겠지요?

삶이 다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지구에 아침이 있고,

지구에 저녁이 있고.

수 없이 많은 달이 있고

수 없이 많은 해가있다는

새삼스럽지 않은 일상들이

축복으로 다가오는.

내가 그렇게 많은 역사 속에서

아주 쪼꼼 산다는 것이

먼지 한 알 만큼도

다 보지도 다 알지도 못한다는 명제가

감사와 희망으로 스미는 아침입니다.

 

정말로

오래는 살고싶지 않은.

이만큼도

내게는 너무나 벅차더라는.

애증이나 미련은 물론

애착이나 소망까지도

낙엽 한 장과 다르지 않았을!

그래도

여름 한 철의 초록은 고왔더라고

누군가 제게 말해 준다면

그 초록은 장대비와 땡볓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었더라고

허망한

염세언어를 늘어 놓겠습니다.

그러고도 저는

내일을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아직 살고있기 때문에!

 

 

낙엽 한 장의 종이마져 떠나버린

가지 앙상한

마른 계절이 오시기 전에

가을이 머문 그 곳에서

나 아직 여기에 살아 있다고

ㄱ(기억)이라는 획을 긋기 시작합니다.

-가을이 깊었습니다.

-지난 여름은 비가 많아서

라고

 

 ㅡ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리시는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깃들기를 빕니다. 로마서1,7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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