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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이빨에 먹물까지 바르시고는
작성자곽두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5-10-12 조회수594 추천수2 반대(0) 신고

이빨에 먹물까지 바르시고는
   

 

 

 여수에서 작은 매형이 갑오징어를 택배로 보내주셨습니다. 성당 함바 식당에서 된장을 풀고 통째로 삶았습니다. 십여 명이 소주에 초장을 찍어 맛있게 먹었습니다. 서로의 입술과 치아를 보며 한바탕 웃습니다.

“입술에 흑장미 루즈를 칠하셨어요."

“이빨에 먹물까지 바르시고는, 사둔 넘 말하지 말아요."

“하- 하- 하-......"


 늦은 형제님을 위해 찜통째 들고 신자 집으로 갑니다. 사무실 컨테이너 지붕 공사를 했던 형제님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아니, 견적서를 너무 적게 넣은 것 아니에요. 집주인이 너무 싸서 걱정을 하던데요."

“양심적으로 살아야지요."

“아니, 다른 사람이 250만원에 지붕 방수 공사를 한다고 했으면 200만원 정도는 견적을 넣어야 하는 것 아니에요."

“인건비 정도 건지면 되잖아요. 내일 모레면 60인데 그렇게 살아왔어요. 그래서 돈을 못 벌었지만 양심은 부자예요."

“아니 250만원 받고 공사를 잘해주면 되잖아요."

“150만원 받고도 잘할 수 있는데 양심을 속일 수 없잖아요. 때로는 주인들이 여러 군데 견적을 받아보고 평균가격에 공사비를 맡길 때가 있어요. 공사를 마치고 보면 너무 많이 남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받을 만큼만 받고 돌려줘요. 주인에게 돌려줄 때까지 두 발 편히 뻗고 못 자니까요."


 초등학교 졸업 후 공사판에서 잔뼈가 굳은 그에게서는 찔레꽃 진한 향기가 나는 것 같습니다. 벼들이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인 황금들녘이 아니라 대나무 숲처럼 푸른 물결이 일렁이는, 이삭이 패기 시작한 풋풋한 희망의 보리밭 같아요. 오래 씹을수록 고소한 보리밥 같은 향기가 미소에서 풍겨옵니다. 땀방울의 신성함을 아는 노동자입니다. 보면 볼수록 새벽이슬 같은 양심에 마음의 눈까지 맑아지게 합니다. 


글:청솔   사진:다운

-름다운 상을 드는 람들
  http://www.asemans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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