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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활 묵상] 호박같은 내 마음
작성자유낙양 쪽지 캡슐 작성일2005-10-14 조회수722 추천수3 반대(0) 신고

+ 우리 모두 평화.

 

참 못도 생겼습니다.  꼭 나처럼 생겼습니다.

 

크기는 왜 이렇게 큰지, 지난 번 카타리나 형님댁에서 얻어 온 늙은 호박 껍질을 있는 힘을 다해 벗겨내고 손가락 굵기로 저며서 빨래걸이에 널어 햇볕에 말리기 시작 했습니다.

 

호박곶이가 잘 마르면 추운 겨울 날 맛난 호박 찰 시루떡을 해 먹으려 합니다.

 

껍질 벗기기가 쉬울 것 같았지만 많은 힘을 쏟아 부어야만 했습니다.
우선 반을 갈라 속을 숟가락으로 파내고 씨를 받아 놓는데 호박은 아무것도 버릴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어 그냥 버리기엔 아깝기만 했습니다.

 

씨를 골라내고 긁어낸 호박 속을 냄비에 담아 푹푹 끓여 물마시듯 마셔보려 합니다.
벗긴 껍질은 감나무 둘레를 파고 묻어 주었습니다.

꽤나 많은 씨는 다 필요하지 않아 앞니를 이용해 깨물어 속을 꺼내 먹고 있습니다.
먹어보니 고소한 맛과 함께 씹히는 감촉이 좋았습니다.

 

어느새 저의 등판에서는 땀이 흐릅니다. 그리곤 수술했던 쪽의 팔이 많이 아파옵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으면  우리 집으로 다시 오실 치매걸리신 귀여운 울 엄마랑 식구들과 함께 맛나게 호박 찰 시루떡을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일념아래 힘든 것도 이겨낼 수가 있습니다.

 

오늘은 호박을 가지고 씨름을 하다 잠시 묵상을 해 봅니다.

 

올해는 건너 뛰었지만 해마다 저의 집 뒷마당에도 호박을 심어 전도 부치고 나물도 만들어 먹었습니다. 물론 늙은 호박 마련도 잊지않고 하였습니다.

 

때론 잘 말릴 때도 있었고 때론 게으름을 피우다가 너무 오랫동안 방치 해 두어 한쪽구텡이 속살에서부터  썩어 들어갈 때도 있었습니다.

 

호박의 얇은 껍질은 오랫동안 호박자체를 보관할 수 있지만 호박이 썩어 들어가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다 썩어버려 아까운 호박을 쓰레기통으로 보내게 되곤 하는데 이런 호박은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고 있습니다.

 

껍질을 벗겨내지 못한 삶은 어느정도까지는 고운 마음이었겠지만 날이 갈 수록 내 안에 있는 욕심과 허욕등으로 몸살을 겪다보면 순식간에 내면의 세계는 썩고 맙니다.

그렇다고 감추는데 도움을 주는 껍질이 그리 두꺼운 것만은 아닙니다.

 

얇은 껍질 속에 감추어져 있는 나의 본 모습은 과연 참되고 올바른 것들만 채워져 있을까? 생각을 해 보나 많이 버려야 할 것들이 아직도 너무나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조금씩 좀 먹어 들어가는 내면의 악이 기승을 부려 순식간에 무너지기 전에 별로 두껍지도 못한 껍질 벗기기를 왜 그리 힘들어 하는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지금도 내 안에는 결코 내가 먼저 사랑의 손길을 내밀어 주고 싶지 않은 주위의 사람들이 두어명이나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간에 멀리 보내고 싶기만 한 그들을 보면서  나의 정당성을 외치기만 할 뿐 풀어나가지를 못하고 고집하고 있습니다.

 

날이가면 갈 수록 잊혀지지 않고 응어리만 커지는 그런 기억들은 나에겐 전혀 도움이 되고있진 않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입니다.

 

도움이 되지 않을 바에얀 훌훌 털어 버려야겠다는 마음이 오늘에야 호박 껍질을 벗기는 작업을 하다가 나를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삶을 진정으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것들이 주님께서 가르쳐 주시는 사랑이 아닐까? 깨달으면서 심연의 늪에서 빠져 나와 보려 합니다.

 

부족한 것이 많은 저로서는 오늘 하루도 충실히 살아갈 것을 다짐하면서 못생긴 호박처럼 나의 못생긴 모습안에 버릴 것이 없는 사랑을 채워보며 보람있는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호박씨를 까 먹으면서 호박씨 깐다는 속된 말에 비유되지 않는 삶을 살아감으로써 고소하고 영양가 많은  호박씨 마음의 진가를 발휘하려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의 사랑 안에서 사랑메세지 보내 드립니다.

사랑해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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