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랑하면 보인다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10-18 조회수1,167 추천수13 반대(0) 신고
10월 19일 연중 제29주간 수요일-루가 12장 39-48절


“항상 준비하고 있어라.”



<사랑하면 보인다>


그간 쌓아두었던 서류들이며, 편지들, 잡지들, 잡동사니들을 정리하다가 마음에 꼭 드는 시 한편을 발견했습니다.


사랑하면 보인다. 다 보인다.

(ㆍㆍㆍㆍ)

이름 몰랐을 때 보이지도 않던 쑥부쟁이 꽃이

발길 옮길 때 마다 눈 속으로 찾아와 인사를 한다.

이름을 알면 보이고 이름을 부르다보면 사랑하느니

사랑하는 눈길 감추지 않고 바라보면

꽃잎 꼭꼭 숨어 피어있어도 너를 찾아가지 못하랴.

사랑하면 보인다. 숨어있어도 보인다.

(정일근, 쑥부쟁이 사랑)


시인께서는 ‘사랑하면 보인다’고 강조하셨는데, 그 사랑은 어떤 사랑을 의미할까요?


그 사랑은 자기중심적 사랑이 아니라 이타적 사랑이겠지요. 흐리고 탁한 시선이 아니라 해맑은 시선, 꼬이고 꼬인 부정적 눈초리가 아니라 따뜻하고 낙관적인 눈망울을 지닌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사랑 말입니다. 청정한 시선, 공감과 경청, 연민으로 가득찬 시선...그런 눈으로 바라볼 때 이 세상 모든 좋은 것들이 ‘다’ 보일 것입니다.


마음과 정성, 배려로 가득한 사랑의 시선으로 나 자신과, 이웃, 세상만사를 바라볼 때, 이 세상은 이미 하느님 나라일 것입니다. 매일이 천국일 것입니다.


그런 맑고 아름다운 눈은 아무에게나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닐테지요. 철저하게도 준비된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늘 초심자의 마음으로 한 가지 한 가지 잘 준비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하느님 은총입니다.


언제나 겸손하게 자신의 발밑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사람, 늘 자신의 모난 부분을 갈고 닦는 사람, 매일 매일 첫출발의 순간으로 자신을 돌려보내는 사람, 그 사람은 진정 철저하게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진정 잘 준비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생각해봅니다.


그냥 무심한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 아니라, 마음이 담긴 정성스런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그 때 세상 안에 긷든 창조주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흔적이 명료하게 보일 것입니다.


잘 준비한다는 것은 그저 심드렁한 눈길로 이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담아, 연민을 담아 이웃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그때 이웃이 마음 안에 담고 있는 오랜 상처와 짙은 아픔, 길고도 긴 한숨이 보일 것입니다.


잘 준비한다는 것은 나를 그저 그런 인간, 무가치한 인간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가장 빼닮은 하느님의 사랑받는 아들로 여기는 일입니다. 그때 우리 안에 자리 잡고 계시는 성령의 바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은 생각지도 않은 때 오실 것이니 항상 준비하고 깨어있으라고 신신당부하십니다.


준비하는 마음으로 산다는 것은 그만큼 삶을 진지하게 산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자신의 삶에 책임감이 있다는 말입니다. 준비하는 마음으로 산다는 것은 하느님 앞에서도 충실하다는 말입니다.


이 한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엄청나게 많은 준비를 하며 살아갑니다. 맞선 준비, 결혼 준비, 출산 준비, 돌잔치 준비, 입학시험 준비, 취직 준비, 고향에 내려가기 위한 준비, 손님맞이 할 준비, 가을 소풍 준비, 여행 떠날 준비, 캠프준비, 가을운동회 준비, 명절 준비, 김장 준비, 겨울 날 준비....정말 많군요. 거기에 쏟아 붓는 에너지 소모는 또 얼마나 큽니까? 온통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세월 다 가는 것이 분명하군요.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준비에 대해서는 너무도 쉽게 망각하며 살아갑니다.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날에 대한 준비, 주님을 맞이할 준비, 주님의 나라에 들어갈 준비 말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