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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각지도 못한 때에...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10-19 조회수764 추천수3 반대(0) 신고

 

 

                          생각지도 못한 때에...

 

         

 

복음에 예수님께서 “사람의 아들은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올 것이니, 항상 준비하고 있어라.” 라고 말씀하십니다.


복음을 묵상하며, 왜 ‘생각지도 않을 때에 오겠다.’고 말씀하셨을까 생각해 봅니다.

모르는 것을 미리미리 준비하기는커녕, 알고 있는 것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우리들인데... 늘 마음에 간직하며 살아가기도 버거운 우리들인데, 그러한 우리에게 당신께서 ‘언제 어떻게 올 것이다.’ 라고 미리 말씀해 주신다면, 좀더 잘 준비하고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예수님의 재림을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우리가 생각지도 않을 때에 당신께서 오시겠다고 하셨는지, 의문이 듭니다. (물론, 잘 준비하라는 의미로 하신 말씀입니다.)


잠시, 우리 삶을 되돌아봅시다.

‘나에게, 나의 삶에 이런저런 일이 있을 것이다.’ 라고 미리 생각하며 준비하는 것과 아무런 준비 없이, 곧 생각지도 못한 때에 겪게 되는 일들 중 어느 것이 더 많은 것 같습니까?

물론,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듯이, 원인과 결과에 의해 모든 것은 자신이 의도한대로, 행한 대로 드러나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매번 운전할 때마다 과속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 사람에게 과속 딱지가 날아오는 것이 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어쩌다 한 번 과속한 것이 아니라, 매번 과속을 했기 때문에, 과속을 하는 운전자 스스로도 은연중에 ‘과속딱지가 날아오리라’는 마음으로.. 적어도 ‘이러다가 카메라에 찍히며 어쩌지?’ 라는 마음으로 과속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다릅니다.

성실하게 직장을 다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명퇴를 당합니다.

그 사람은 자신이 명퇴를 당하리라고는... 이렇게 빨리 회사를 그만 두어야할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길을 가다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 사고를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종합검사를 하기 위해 병원에 갔습니다.

그런데 웬걸, 검사를 하고 나니, 불치병에 걸렸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습니다.

단순한 종합검사를 받은 것이, 이런 엄청난 진단을 받게 될 것이라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마늘 밭이 가물어 3박4일 동안 내내 마늘 밭에 물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물을 주고나자 바로 비가 내립니다. 환장합니다. 비가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하여 물을 주었는데.... 올 거면 진작, 물을 주기 전에 오지! 라며 짜증을 터트리게 됩니다.)


그런데, 더 속이 상하는 것은 우리 삶이.. 인생이 준비하는 삶뿐만 아니라, 이렇게 준비하지 못한 삶.. 생각지도 못한 삶의 연속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생각지도 못한 삶이 자연스럽고 평범한 삶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인생이라는 바다를 헤쳐나감에 있어서.. 주어진 삶을 살아감에 있어, 생각지도 못한 삶이 무수지기 이기 때문에... 너무나 평범한 삶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삶이라는 것입니다.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때는...” 먼저 우리를 겸손하게 합니다.

‘나에게는 전혀 저런 일이 생길 수 없다.’ ‘나는 결코 저런 잘못을 하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문제없다.’ 라는 마음에서 ‘나 역시 그런 일이 생길 수 있고, 똑같은 잘못을 범할 수 있는 나약한 존재구나...’는 것을 깨닫게 하고 인정하게 합니다. 상대방의 실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해 줄 수 있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바라보게 합니다.


그리고, “생각지도 않은 때는..” 우리는 늘 되돌아보게 하고 현재의 삶을 통해... 생각지도 않은 일을 통해 앞으로의 삶을, 미래를 준비하게 합니다.

바로, 자신의 죽음을 잘 준비하는 삶을 살아가게 하고, 어떠한 모습으로 하느님 앞에 나가야 하는지를... 무엇을 갖고 하느님 대전에 서야 하는지를 알려주어 미리 준비하게 합니다.


이렇게 생각지도 않은 때는 우리를 겸손하게 하고 자신의 미래를.. 참된 죽음을 준비하게 합니다. 우리 삶이 미래를.. 종말을 향해 나아가는 삶이기에, 생각지도 않은 때는 평범하고도 자연스러운 삶이 되는 것입니다.


생각지도 않은 그 때를, 잘 준비하는 삶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가?’ 라며 불평불만 속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이 생기게 된 이유와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바로,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은총을 인자로이 더해 주시어, 저희가 신망애 삼덕을 쌓는 일에 더욱 열심하며, 언제나 깨어 주님의 계명을 충실히 지키게 하소서”(본기도) 라고 기도드리며 지금 자신에게 다가오는 삶의 여러 모습들을 잘 받아들이며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아멘.

 

                                                                 -이찬홍(야고보)신부님 오늘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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