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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활활 타오르던 마음의 불길 때문에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10-19 조회수1,071 추천수16 반대(0) 신고
10월 20일 연중 제29주간 목요일-루가 12장 49-53절


“나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활활 타오르던 마음의 불길 때문에>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시절처럼 느껴지는데, 헤아려보니 벌써 꽤 세월이 흘렀네요. 하루하루가 암담하던 시절, 그냥 편히 지내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던 시절, 부끄러움과 죄책감으로 얼룩진 회색빛 청춘을 보내던 시절...그때를 생각하니, 어떤 면에서 지금은 좋은 세상입니다.


그 참혹했던 군사독재시절, 가슴에 불을 하나 품고 다니던 선배가 있었습니다. 다들 아직은 때가 아니니 조금만 기다려보자, 자네 혼자 그런다고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하나? 그래, 너 혼자 잘났다며, 등을 돌리던 시절, 그 선배의 눈동자에서는 불길이 활활 타올랐습니다.


천성적으로 강직하고 의로웠던 그 선배는 구조적인 불의 앞에 도무지 견뎌 내지를 못했습니다.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 다들 침묵할 때도 그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혼자서 일어서더군요.


그 선배는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활활 타오르던 그 불을 당장 목이 날아가도 감추지 못했습니다. 시대의 모순과 타락 앞에 절대로 굴종하지 않고,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온몸으로 버티더군요.


결국 그 선배는 활활 타오르던 불길을 잡지 못해 한 평생 그렇게 괴로워하면서 살아가더군요. 표시나지도 않은 일, 죽어라고 일 해봤자 돈도 되지도 않는 일, 남 좋은 일만 실컷 하다가 그렇게 떠나더군요. 불길이 다 타오르고 나자 결국 한 줌 재만 남았습니다.


언제나 주체하지 못했던 마음의 불길 때문에 선배의 인생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가는 곳마다 ‘요주의 인물 딱지’가 붙어 다니니 제대로 살 수가 없었습니다.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가족들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었습니다.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며 다녀야 했습니다.


언젠가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라는 질문에 선배는 이렇게 고백하더군요. “나 자신을 나도 모르겠어.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자제하려해도 솟구치는 마음의 불길은 어찌할 수 없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나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이 불이 이미 타올랐다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예수님 역시 활활 타오르는 불을 하나 가슴이 품고 이 땅에 내려오셨습니다.


그분이 지니고 오신 불은 어둠 속에 앉아 어쩔 줄 몰라 마냥 울고만 있던 가련한 당신 백성의 앞길을 밝혀줄 희망의 불이었습니다.


그분이 지니고 오신 불은 ‘자기 자신’이란 크나큰 속박에 갇혀 마치도 덫에 걸린 짐승처럼 괴로워 울부짖는 우리들을 해방시켜주실 자유의 불이었습니다.


그분이 지니고 오신 불은 죄와 타락으로 얼룩진 이 세상을 말끔히 씻어주시고, 후련하게 정리해주실 정의와 심판의 불이었습니다.


오늘 우리 마음 안에도 불이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사랑의 불길이 필요합니다. 불의한 세상과 죄로 물든 인간을 변화시킬 은총의 불, 성령의 불이 필요합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뜨거운 성령의 불을 지니고 오신 예수님, 그 예수님으로 인해 이제 사람들은 두 진영으로 갈라서게 되었습니다.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예수님 그분을 구세주로 수용하는 사람들과, 끝까지 그분을 거절하고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예수님 그분의 불이 너무 뜨거워 그분을 멀리 하는 사람들과 그분의 열렬한 사랑, 한없이 감미로운 사랑에 잠길 대로 푹 잠겨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는 표정 짓는 두 부류의 사람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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