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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묘사화/이찬홍(야고보)신부님 오늘강론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10-20 조회수692 추천수4 반대(0) 신고

                          

                                    기묘사화

 

 

 

어제 산굼부리에 다녀왔습니다.

한없이 펼쳐진 억새들이 여린 가을바람에 춤을 추듯, 이러 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참 바닷가의 물결처럼 보였습니다.

어린이집에서 가을 소풍을 왔는지, 노오란 유니폼을 입은 40여명의 어린이들이 옅은 갈색 빛 갈대와 잘 어우러져 조금은 한가롭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여유롭고 평화로운 느낌에 머물다, 오늘 복음을 묵상했습니다. 그런데, 복음은 저의 감정과 다르게 참 무시무시한 내용이었습니다.

“내가 이 세상을 평화롭게 하려고 온 줄 아느냐? 아니다. 사실은 분열을 일으키려 왔다.” 이렇게 말씀하신 이유는,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지르려 하시는 불은 어떤 불인지 묵상해 봅니다.

사랑과 정의, 진실의 불이 아닐까 합니다.

진실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세상과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사랑과 정의와 진실의 불이기에 그 불을 접하는 세상과 사람들은 평화롭지 못하고 분열과 혼란이 야기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시대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사랑과 정의, 진실의 불이 활활 타올라야 하는데도, 정작 그 불이 지펴지면, 늘 불안과 혼란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에 조광조라는 위대한 정치가가 있었습니다.

과거 시험 때, 중종은 이러한 문제를 냅니다.

“공자께서 ‘만약 내가 등용이 된다면 단 몇 개월이라도 가하지만 적어도 3년이면 정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하셨다. 성인이 어찌 헛된 말을 하셨으리오. 그러니 그대들은 이를 낱낱이 헤아려 말할 수 있겠는가?”


조광조는 중종의 질문에 명쾌하게 답을 작성하여 중종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며 정치의 길로 들어섭니다.

공자가 그토록 강조하였던 ‘왕도정치’를 실제 구현하기 위해 많은 정치 제도를 하나하나 단호하게 개혁해 나갑니다.

옳지 못한 관리의 모습, 그릇된 행동, 선비의 도리 등 광범위하게 개혁을 단행하자, 기존 훈구세력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됩니다.

이러한 조광조의 개혁이 훈구세력들에게는 평화롭고 한가로운 자신들의 삶의 기반을 뒤흔드는 존재로... 분열을 야기하는 존재로 여기게 되고, 나아가 자신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로 여기게 됩니다.


결국, 조광조는 훈구세력에 의해 ‘이상주의자요, 나라를 어지럽힌 괴수요, 위선자요, 과격한 극단주의자’ 라는 죄목으로 숙청을 당하게 됩니다.

물론, 조광조에 대해 여러 견해가 있습니다만, 적어도 공자의 가르침인 ‘왕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정치가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고려 때부터 내려온 그릇된 풍습과 사상들은 유교적으로 바꾸어 놓으려고 했고,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실현시키려 했지만, 당시 기득권들에게 강한 반대를 받고 조광조의 정치 개혁은 좌절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조광조라는 인물은 평화와 안녕이 아니라, 분열과 혼란을 야기 시키는 존재가 되어버렸던 것입니다.(유림1편에서...)


과거나 지금이나, 미움과 불의와 거짓이 만연한 세상에는.. 그러한 것으로 자신들의 이익, 기득권을 채우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사랑과 정의와 진실은 옳은 것이 아니라, 거부해야할 나쁜 것이 되어 버립니다.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이로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비록 그릇되고 자신들만의 평화라 하더라도, 그 평화를 깨고 분열을 야기하는 것이 되어 버립니다.

그만큼 세상이 악해져 버렸고, 그 세상 안에 살아가는 우리들 역시 악한 분위기에.. 불의한 것에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자신의 편리, 이익, 그릇된 기득권을 버리고, 그 대신 사랑과 정의와 진실로 자신의 불의에 대해... 세상의 잘못에 대해 자세하고 명확하게 바라보아야할 때입니다.


사랑과 진실이 눈을 맞추게 되면 이 세상에 불의, 미움, 거짓이 사라지고, 그 땅이.. 그 자체가 바로 천국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있는 미움, 시기, 질투 등 그릇되고 나쁜 감정들보다 사랑, 진실, 정의의 감정이 더 많다면... 좋고 옳은 감정으로 부정적인 감정들을 다스리게 된다면.. 그 모습, 그자체가 바로 우리가 우리답게 살아가는 것이요, 예수님의 모습으로... 예수님처럼 살아가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사랑과 정의와 진실의 불을 지르고 활활 타오르게 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아멘

 

                                              -이찬홍(야고보)신부님 오늘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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