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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달무리, 별똥별, 무지개, 낮게 나는 잠자리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10-20 조회수1,189 추천수10 반대(0) 신고

10월 21일 연중 제29주간 금요일-루가 12장 54-59절


“너희는 하늘과 땅의 징조는 알면서도 이 시대의 뜻은 왜 알지 못하느냐?”



<달무리, 별똥별, 무지개, 낮게 나는 잠자리>


어린 시절 어른들로부터 배워온 자연현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들, 하도 자주 들어서 어느덧 귀에 익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 많은 것들이 신기하게도 딱딱 들어맞았지요.


툇마루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하늘을 바라보다 달 주변에 달무리가 끼면, 즉시 어른들은 “내일 날씨가 흐리겠는걸” 하십니다. 그러다가 별똥별이라도 하나 하늘을 가로질러 빠르게 떨어지면 혀를 ‘쯧쯧’하고 차시면서 “또 누군가가 세상을 떴나보군”하셨지요.


새벽 산책길에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면 의례히 그러셨습니다. “이 안개 걷히고 나면 두고 보거라. 햇빛이 쨍쨍하게 뜨고 엄청 더운 하루가 될테니.”


여름날 잠자리가 낮게 날기 시작하면, 개구리가 갑자기 합창을 하기 시작하면, 기차소리가 유난히 가까이 들리기 시작하면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씀하셨지요. “서두르자. 소나기가 제대로 한번 올 모양이다.”


그러다가 무지개가 하늘 한 쪽에 멋들어지게 걸쳐지면 또 그러십니다. “이제 비가 올만큼 왔나보다.”


자연계의 관찰에 숙달된 사람들, 작은 징후 하나라도 빠트리지 않고 잘 포착하는 사람들은 귀신같이 날씨의 변동에 대해서 잘 알아 맞춥니다.


이런 관습은 세상 어디가나 비슷한가봅니다. 예수님 시대에도 사람들은 작은 표시, 세밀한 징후들을 바탕으로 날씨에 대한 ‘유권해석’을 잘 내리곤 했습니다.


서쪽에 구름이 일기 시작하면 그들 역시 “아가야, 비라도 올 모양이다. 빨리 빨래 걷어라” 라고 말했습니다. 지중해의 습기를 잔뜩 머금은 서쪽에서 다가온 구름은 이스라엘 쪽으로 다가오면서 즉시 비로 변화되었습니다.


남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사람들은 “오늘 날씨 엄청 덥겠네”라고 투덜거렸습니다. 팔레스티나를 향해 불어오는 남동풍은 전형적으로 더위를 몰고 오는 바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작은 자연적인 징후를 통해 잠시 후, 몇 시간 후, 다음 날의 기상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예측하곤 합니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징후, 초월적인 징조, 즉 구세주 강생에 대한 징조, 하느님 나라의 도래에 대한 표징, 마지막 날에 대한 징후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아예 어떤 사람은 관심도 없습니다.


안테나가 온통 세상의 것,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에만 잔뜩 기울어져있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것은 간과하고 마는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주 강경한 어조로 질타하십니다.


“너희는 하늘과 땅의 징조는 알면서도 이 시대의 뜻은 왜 알지 못하느냐?”


예수님께서 강조하시는 ‘이 시대의 뜻’이 과연 무엇일까 묵상해봅니다.


그토록 오랜 세월 기다려왔던 구원자이신 예수님의 도래를 알아차리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분께서 선포하시는 하느님 나라를 추구하는 일이 아닐까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합당한 자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일, 다시 말해서 지난 우리의 부족했던 삶을 접고 하느님께로 돌아서는 일, 총체적인 회개를 위해 과감히 어제의 나와 결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지금 내게 바라시는 바, 하느님께서 지금 우리 공동체에 바라시는 바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하는 일, 진정 복음적 기준에 따라,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삶을 영위해가고 있는지 세밀하게 우리의 삶을 한번 점검해보는 일, 이 시대 예수님은 과연 어디 계시는지 한번 천천히 둘러보는 일, 이런 일이 이 시대의 뜻을 찾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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