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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시내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작성자곽두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5-10-21 조회수671 추천수1 반대(0) 신고

시내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울 강남터미널,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40분을 기다려야 하는 일반고속 표를 끊습니다. 김밥을 먹고 개찰구 앞으로 가자 70대 할머니가 앉아계십니다.

 “할머니는 어디 가세요?”

 "전주 갑니다.”

 “저는 2시 20분인데, 할머니는 몇 시 차세요?”

 “나도 20분 차요. 지금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리고 있어요. 일반고속이 30분 간격만 되어도 좋을 텐데… 우등고속비가 너무 비싸서요.”

 “글쎄 말예요. 그런데 할머니는 무슨 일로 서울에 왔다 가세요.”

 “아흔이 넘은 올케가 혼자 살거든. 그래서 며칠 머물며 반찬도 만들어 놓고 집안 청소도 해주고 오는 길이요.”

 “자식들이 없나보지요?”

 “아들 하나는 정신지체고 딸 하나는 환자예요. 그래서 혼자 살고 있어요. 생보자라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고 성당에서 조금 도움을 받아 지하 단칸방에서 살아요.”

 “그럼 복지기관으로 보내드리면 될 텐데요.”

 “몇 차례 권했어요. 근데 담배가 골초라서 복지시설에 갈 수가 없어요.”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사셔야 할 텐데요.”

 “그러게 말예요. 나는 며느리한테 호강 받으며 사는데 우리 올케를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뿐이에요. 반찬은 잘해 드시나, 아프지는 않나…. 일주일에 한두 번 전화를 해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질 않아 한 달에 한번 밑반찬이나 필요한 것들을 싸들고 서울에 올라오면 두 밤이나 세 밤 자고 내려가요. 그런데 올 때마다 올케 혼자 두고 집을 나오려면 발이 떨어지지 않아요. 큰길까지 허리 꾸부정한 할머니가 배웅을 나와요. 시내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계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글: 다운   사진:서장경

-름다운 상을 드는 람들
  http://www.asemans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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