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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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을정취 속으로 다가온 미모의 한 여인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10-23 조회수1,039 추천수15 반대(0) 신고
10월 23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마태오 28장 16-20절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



<가을정취 속으로 다가온 미모의 한 여인>


어느 토요일, 피정을 떠나신 주임 신부님을 대신해서 미사를 드리러 갔었습니다. 주임신부님께서는 오후 4시와 7시 두 대의 미사를 제게 맡겼습니다. 오후 4시 미사를 끝내고 나서 다음 미사 시간까지 뭘 할까 망설이다가 근처 공원을 찾았습니다.


가을정취가 완연한 가을 공원을 여유 있게 산책하다보니 머릿속이 환해졌습니다. 뜻밖에 주어진 한가로움을 만끽하며 희희낙락하고 있는데 ‘미모의 한 여인’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것도 얼굴 한 가득 미소를 지으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제게 건네는 말은 더욱 점입가경입니다.


“선생님,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혹시 잠깐만 시간 좀 내어주실 수 있으세요?”     


그 때 제가 냉정히 뿌리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대가로 꼬박 한 시간 이상 신구약성서 전반에 걸친 강의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나중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사실 저는 천주교 신분데요”라고 말했지요. 그랬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럼 더 잘됐네요. 마음 터놓고 한번 이야기해보시죠.”


결국 나중에 꼭 한번 교회에 들르겠다는 약조를 하고 나서야 저는 겨우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그 자매님은 인근 한 신설 개신교회의 전도사님이었습니다. 목숨 걸고 달려드는 그 집요함에 괴로웠지만 한편 전교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전도사님의 모습, 그 어떤 대상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복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전도사님의 모습에서 제 선교자세를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 전교주일을 맞아서 이런 묵상을 해봤습니다.


만일 한 음식점에 들렀는데, 맛도 그런대로 좋고, 깨끗하고, 공기밥도 공짜로 더 주고, 디저트로 과일도 주고, 커피도 주고, 주인아주머니도 친절하고, 거기다가 값도 싸다면 우리는 어떤 느낌을 받습니까?


편안한 느낌, 마치 집에서 밥 먹는 느낌, 그래서 다시 또 오고 싶은 느낌이 들것입니다. 그리고 기분 좋게 얼마 되지 않는 밥값을 치루면서 이런 생각이 들겠지요.


“여기, 정말 너무 좋구나. 다음에 올 때는 식구들이나 친구들도 꼭 데리고 와야지.”


전교도 이런 마음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전교는 우리 교회가 지니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사명 가운데 하나입니다. 전교는 우리 죄를 기워 갚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보속행위입니다. 전교는 하느님 앞에 바치는 가장 값진 선물입니다.


그러나 ‘전교’ ‘복음화’ 이런 말들 앞에 우리는 갑자기 부끄러워지고 몸 둘 바를 모르게 됩니다. ‘전교’ 하면 왠지 부담스럽습니다. ‘나 아닌, 열심한 그 누군가의 몫이려니’하고 외면합니다.


오늘 전교주일을 맞아 전교에 대한 지나친 소극성, 해외선교에 대한 무관심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전교에 대한 우리들의 소극성, 부족한 열의의 원인이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강렬한 하느님 체험, 그분과의 감미로운 만남, 그분의 한없는 사랑과 자비에 대한 체험 부족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통해 진정으로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 안에 푹 잠겨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면, 그 좋은 체험을 나 혼자만 누리기를 원치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그 좋은 것(신앙)을 사랑하는 사람들, 가까이 지내는 가족들, 이웃들, 친지들, 직장동료들에게도 맛보이기를 간절히 원할 것입니다.


맛이 뛰어나고 값도 싼 식당에 갔을 때, 다음에 식구들이나 친구들을 그곳에 데려가고 싶은 심정처럼 말입니다.


진정한 복음은 우리 마음속에 고이 간직된 복음, 우리끼리만 열심히 읽고 공부하는 복음, 우리 민족만의 복음이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복음은 점점 보다 큰 동심원을 그리며 세상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는 세상만민의 복음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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