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가을 산책길, 당신과 함께 걷는 이 길입니다.
한 키를 훌쩍 뛰어넘은
하늘 위로 바람이 불어갑니다.
나무의 잎새들이 저마다 춤추며
하나의 시선으로 바람 불어가는 쪽을 바라봅니다.
나도 바라봅니다.
그 끝에 푸르른 당신을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나무도 나도
이렇게 당신을 바라보고 기다리며 기뻐합니다.
우리에게 눈을 맞추시는
예수님 당신께서 보일 듯합니다.
길을 걷다가 멈춰 선 자리에
아름드리 큰 나무와 큰 바위가 있습니다.
아무렇게나 놓여진 듯하지만
바위는 나무를 바라보고 있는가 봅니다.
나무도 바위를 바라봅니다.
햇빛이 내리쬐면 바위가 목말라할까봐,
비가 내리면 바위가 울까봐,
나무는 큰 가지를 키워 바위를 지킵니다.
또 바라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바위 밑 틈새에 겨우 고개를 내민 풀꽃이
나무 보고 인사도 하며
바위와 함께 지내자고 기대기도 합니다.
예수님
나를 향하시는 당신의 시선은 어디 있을까요?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집으로 계단을 오릅니다.
한 계단 두 계단..
아, 당신께서는 여기서 나를 바라보고 계시나 봅니다.
행여 내 발끝이 계단 모서리에 걸려 넘어지지나 않을까,
오르는 계단 모서리 끝마다
당신의 시선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서로를 바라봅니다.
예수님께서도 우리를 바라보시고
우리도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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