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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캄캄한 먹구름으로 뒤덮인 인생의 전반전을 끝내고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10-24 조회수1,006 추천수14 반대(0) 신고
10월 24일 연중 제30주간 월요일-루가 13장 10-17절


“여인아, 네 병이 이미 너에게서 떨어졌다.”



<캄캄한 먹구름으로 뒤덮인 인생의 전반전을 끝내고>


척박한 토양과 잦은 기상이변, 수시로 찾아들던 대기근, 전염병 등으로 영유아 사망률이 아주 높았고 평균수명이 그리 높지 않았던 예수님 생존 시대, 18년이란 세월은 꽤 긴 세월이었습니다. 아마도 보통 사람들 생의 절반 가까이나 되는 오랜 세월이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그 오랜 세월 동안 병마에 사로잡혀있었던 한 가련한 여인이 등장합니다. “허리가 굽어져서 몸을 제대로 펴지 못하던”이란 표현을 통해서 요즘으로 치자면 심한 디스크나 신경마비증세로 인한 척추질환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한 두 해도 아니고 18년입니다. 그 오랜 투병기간 동안 여인이 받았던 스트레스는 얼마나 큰 것이었겠습니까? 1년만 병석에 누워있어도 주변 사람들 눈치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장장 18년 동안이나 병고에 시달려왔으니,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들, 주변사람들 역시 겪었던 고초가 상상을 초월했을 것입니다.


여인의 삶이 얼마나 힘겨웠겠습니까? 허리는 건강의 중심인데, 허리가 바로 서야 인생이 바로 서는데, 허리가 꼿꼿해야 삶이 순탄한데. 그 오랜 세월 허리가 휘어져 있다 보니 신체의 다른 부분 역시 심각하게 훼손되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마음도, 정신도 많이 휘어졌을 것입니다. 오로지 남은 것은 절망과 한탄, 시름과 눈물, 부끄러움과 슬픔...이런 부정적인 감정들뿐이었을 것입니다.


이런 여인이 겨우 겨우 몸을 가눈 채 회당 안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의외인 것은 보통 다른 환자들의 경우 어떻게 해서든 예수님 가까이 다가와서 옷자락을 잡는다든지, 큰 목소리로 치유를 청했을텐데, 이 여인은 그저 가만히 있습니다.


반면에 예수님께서 먼저 그 여인에게 다가가십니다. 그녀가 청하지 않았는데도 그 여인을 눈여겨 바라보십니다. 그녀의 눈망울 안에 담겨있던 그 오랜 상처의 흔적들과 서러웠던 지난 인생을 안쓰러운 시선으로 내려다보십니다.


너무도 큰 측은함 앞에 예수님의 따뜻한 손길은 자동으로 여인의 휘어진 허리로 펼쳐집니다. 마침내 여인에게 있어 새로운 역사가 시작됩니다. 새 삶이 부여됩니다. 지긋지긋했던 병고의 세월이 사라지고 새로운 인생이 열립니다.


예수님은 이토록 정녕 해방의 주님이셨습니다. 자유의 주님이셨습니다.


여인이 겪어왔던 18년의 세월, 사실 아무것도 아닐지 모릅니다. 그 보다 더 오랜 세월, 더 심각한 영혼의 질병을 앓아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부자연스러운 영혼으로 살아가는 저입니다. 아직도 제대로 된 신앙의 눈을 뜨지 못한 우리들입니다.


그러나 은혜롭게도 주님께서는 자비로운 시선으로 청하지도 않는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아직도 뭐가 뭔지도 잘 모르는 우리들, 아직도 개념파악이 제대로 안된 우리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다가오십니다. 치유의 손길, 은총의 손길을 우리에게 건네십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아있는 과제는 펼치시는 그분의 손길에 우리의 손을 내미는 일입니다. 그분의 손을 잡고, 그분이 인도하시는 그 길을 걷는 일입니다.


부익부빈익빈현상이 극으로 치닫는 오늘 우리의 현실입니다. 감내하기 힘겨운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람들,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한 평생 허리가 굽어진 관계로 극심한 고통 가운데 살았던 여인, 치욕의 세월을 꿋꿋이 참아왔던 여인,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삶을 견뎌왔던 여인이었기에, 마침내 구원자 예수님을 만나는 은총을 입게 됩니다.


여인의 인생 전반전은 한마디로 칠흑같이 캄캄하던 생애였습니다.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인 우울한 나날들이었습니다. 자신의 나날에도 언젠가 맑고 투명한 옥색 하늘이 드러나 주기를 간절히 염원했을 것입니다. 그 간절한 염원을 예수님께서 눈여겨보십니다.


우리도 간절히 기다린다면, 열렬히 믿고 간절히 바란다면 언젠가 좋은 날-온전히 주님을 만나는 날-이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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