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지리 생일
이순의
어제 밤에 짝궁더러 산에서 내려왔으면
제발 집에 좀 붙어 있으라고 잔소리를 했는데
기어이 안 들어왔습니다.
돌아다니는 사람이니까 포기하고...
그런데요.
손전화기가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엄마생일>이라고
그런데 아들녀석이
<엄마 생일 축하해.>
-끝-
저도 모른 생일이라서
어리가 벙벙하고 있는데
아침이 밝고
쪼꼼 있는 밥 챙겨서
아들에게 먹이고,
오늘따라
저 먹을 아침밥이 없었습니다.
밥을 하자니 부담스럽고
안하자니 초라하고....
그렇지만
미역국도 없는데 밥을 하기는 싫고
찐 고구마 쪼가리와 우유를 먹고
두발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머리가 어찌나 무겁던지
머리카락을 잘라야지
잘라야지 하던 게 여러 날 인데
드디어 가위를 들고....
그런데 머리카락이 길기는 길었던가 봅니다.
잘라도 잘라도 균형이 맞지 않은!
그만 수험생 기도에 한참이나 늦었습니다.
그래도 십자가의 길이라도 걷고 싶어서
쫘~악~!
빼 입고 갔습니다.
왜냐하면
오늘은 아들의 친구에게 좋은 일이 있어서
그 친구 엄마의 근사한 초대를 받았거든요.
미역국은 커녕
찬 밥도 못 먹은 생일 날에
어부지리로 얻어먹는 점심이지만
그거 괜찮드라구요.
그래서 그만
<아이구! 제 생일을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했더니
박수 세례가 흘러나오고
또 어부지리로 축하의 인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요.
짝궁은 제가 전화 할 때까지
깜깜 무소식입니다.
<오늘이 내 생일이데!>
저 만큼이나 놀라는 눈치입니다.
어제 밤에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걸 미안해 하지만....
지난 것은 무효잖아요?!
그래도 기분이 짱입니다요.
저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주님께서
미리 오늘을 다 아시고
어부지리 생일잔치를 베풀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땡큐!>
참!
음식점에 앉아있을 때 새언니께서 아시고 전화 해 주셨습니다.
<고모! 생일 축하해.>
히~~!
글의 효과를 높이고 싶어서 여기에 새언니께 감사를 전합니다.
<새언니 땡큐!>
아!
어부지리 생일상 마련해주신
<거시기 엄마도 땡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