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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피에다 물을 타서 팔았다는?
작성자곽두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5-10-27 조회수718 추천수4 반대(0) 신고

피에다 물을 타서 팔았다는?



저와 같이 있던 사람 중에 가난한 가족들을 먹여 살리던 젊은이가 있었어요. 이 친구는 하루벌이가 쌀값과 연탄값이 못되면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들어가질 못했어요. 그날 밤은 제일 값싼 합숙소에서 자고 새벽 일찍 서울대병원에 가서 피를 뽑아서 팔았어요. 그 얘기를 나한테 하면서 제게 실토했어요. 피를 뽑으러 들어가기 전에 수도꼭지를 틀어서 찬물을 가뜩 먹었대요. 피에다 물을 타서 팔았다는 거였어요. 그렇게 피에다 물을 타면서도 자기는 양심의 가책을 안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다른 사람들도 술에다 물을 타서 팔기도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지요. 마시는 물이 피에 섞이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래도 조금은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


가족들의 끼니를 위해서 병원의 새벽 수돗가에서 찬물을 들이키면서 그가 감당해야 했던 양심의 가책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나는 그가 들이킨 겨울 새벽의 찬물이 설령 핏속에 바로 들어가더라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피값을 조금 더 받을 수 있다면, 그 돈이 굶고 있는 그의 가족들의 빈약한 끼니를 조금이라도 더 때울 수 있다면 상관없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는 저의 기억 속에 양심적인 사람의 어떤 전형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양심적인 사람’이라는 말만 나오면 그 친구가 생각이 나요.


글:  신영복 녹색평론 1999년 9-10월<나의 대학시절> 중에서

사진: 최민식 

 

-름다운 상을 드는 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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