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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접해 주는 사제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10-30 조회수916 추천수8 반대(0) 신고

 

                           대접해 주는 사제

 

 

얼마 전에 ‘마음의 고향’인 모 수녀원에 방문했을 때, 한 수녀님께서 제가 물었습니다.

‘신부님, 첫 미사 때 저의 수녀원에 와서 하신 말씀처럼 생활하고 계시죠?’

‘네,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첫 미사 때 와서 뭐라 말했는데요?’

그러자 그 수녀님께서 제가 첫 미사를 하거 갔을 때, 저의 말을 듣고 참 흐뭇했다며 제가 했던 말을 해 주었습니다.

그 말씀은 이렇습니다.

‘사제는 보통 많은 사람들에게 소위 대접을 많이 받는데, 저는 대접받는 사제가 아니라, 대접해 드리는 사제가 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이 말씀은 들은 저는 뭐라 대답한 것 같습니까?

‘그래요, 아.. 제가 그 말을 했었다는 것을 잊어버렸네요. 다시 기억을 되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대답한 것 같습니까?

‘에이, 거짓말 하지 마세요! 제가 언제 그런 말을 했습니까?’ 라고 말한 것 같습니까?

네, 후자 입니다.^^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고, 교회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며, 충실하고 소박하게 살아가시는 수녀님께서 어찌 거짓말을 했겠습니까마는, 아마도 제가 그러한 말처럼... 사제 때의 다짐처럼 살지 못하기에 그리 대답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복음에 예수님께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들의 참 모습에 대해 알려주십니다.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모습이 아니라, 위선과 가면을 벗은 모습을 알려줍니다.

‘그들은 교회의 지도자들이니, 그들의 말은 들더라도, 그들의 행실은 본받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그들은 바르고 옳은 말을 했지만.. 섬기고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구원에 이르는 길에 대해 알려 주었지만, 정작 그들 자신은 이를 행동으로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도 실천하지 않고, 못하는... 거창한 말만 되풀이 하며 사람들을 힘들게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언행일치’의 힘들고 그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를 이루려는 노력은 해야 합니다.

적어도, 자신이 못하는 것을... 자신의 허물, 잘못이 되는 것을 하라고 강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분명, 바리사아파와 율법학자들은 오늘날 교회의 사제요, 지도자들을 의미합니다. 분명, 제가 바리사아파와 율법학자들보다 더 옳게 살지 못한다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늘 복음 말씀을 하신다면, 이러하지 않을까 합니다.


“너희는 사제들이 말하는 것은 모두 다 들어도 그들이 행실은 본받지 마라. 그들이 하는 일은 모두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사제복과 수단을 즐겨 입기를 좋아하고, 로만칼라를 항상 하고 다닌다. 그리고 잔치에 가면 맨 윗자리나, 중앙에 앉기를 좋아한다. 성당에서도 맨 앞자리나, 높은 곳을 찾으며, 길을 나서면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사람들이 ‘신부님’이라 불러주기를 좋아한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교회 안에서.. 신앙생활을 함에 있어서 무슨 역할을 하든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스승 소리를 듣지 말아야 합니다. 지도자라는 말을 듣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세례를 통해 모두 주님의 사제직과 예언직, 왕직에 동참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사제나 지도자만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가르치는 지도자요, 모두가 복음을 선포하는 예언자요, 모두가 섬기고 봉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 소명을 통해 구원의 길로 나아가야할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가르치며 그만이요, 여러분들은 듣고 행하면 그만이 아닙니다.

사제도 가르치면서 배우고, 봉사하고, 섬겨야할 존재이고, 여러분들 역시 배우면서 가르치고, 섬기고 봉사해야할 직분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스승은... 우리의 아버지와 지도자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를 명확하게 알려주셨기 때문입니다.


이제 수녀님들과의 대화를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좀, 부끄럽고 어려운 질문입니다만, 하나 여쭤 보겠습니다.

수녀님들께 한 말처럼, 제가 말만 거창하게 하는 사제뿐만 아니라, 대접받으려는 사제가 아니라, 대접해 주는 사제입니까?

‘네' 라고 대답하신 분들께 다시 묻습니다. 그냥 ‘네’ 라는 답을 듣고 지나쳐 버리면, 꼭 짜고 치는 고스톱 같아 버립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접해 드립니까? 말로만 대접해 드리고... 대접한다 하고, 행동으로는 입을 싹 쓸어버리지 않습니까?

지금 말씀해 주신 그대로를 수녀님을 만났을 때, 전해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2고린 2, 15) 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제게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풍겨납니까?

여러분들은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십니까?

이웃들에게, 가족들에게, 사람들에게 섬기고 봉사하고, 대접해 드리는 그 모습, 그 행동 속에서 그윽하고, 아름답게 풍기십니까?

진정, 자신의 삶에서 말만하는... 말로만 끝나버리는 가운데 풍기는 악취가 아니라, 아주 미약한 냄새라 하더라도, ‘그리스도의 향기’가 풍겨나게 될 때, 자신이 말하는 것을 조금씩 행동으로 드러내는 모습일 것입니다.


나는 과연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가? 풍긴다면,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풍기는가? 한번, 묵상해 보았으면 합니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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