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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육화하시는 하느님
작성자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쪽지 캡슐 작성일2005-10-31 조회수757 추천수2 반대(0)

육화하시는 하느님


소외된 가난한 이들과 같이 살아온 세월이 벌써 25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들에게 도움을 주었다기보다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나에게 베푼 은혜는 참으로 큽니다. 그 중 가장 큰 은혜는 사람들,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속에 육화하시는 하느님 모습을 보게 해 준 것입니다.


어느 날 매우 순박한 정신지체인과  대화를 즐겼습니다. 좋아 하는 음식, 연속극, 운동 등에 관한 대화였습니다. 이 때 그 정신지체인은 나의 직책, 직위, 학벌, 재산 등을 전혀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다만 내가 자기에게 보여주고 있는 사랑만을 보고 있었습니다. 내가 자기에게 베푼 사랑이 부족하면 섭섭한 표정을 짓고 사랑이 충만하면 만족한 얼굴을 하였습니다. 그는 마치 하느님처럼 내속에 들어 있는 사랑만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는 하느님의 육화였습니다.


또 다른 어느 날, 참으로 봉사를 잘하는 농아와 함께 중환자들에게 밥을 먹여 주었습니다. 이 때 나는 이내 지치고 그 일을 하기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농아는 얼굴 전체에 미소를 가득 담고 기쁘게 밥을 먹여 줄 뿐만 아니라 중환자들의 대소변까지 지극정성으로 받아내고 그들의 몸까지 씻어 주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거룩해서 나는 그에게 거룩할 성(聖) 두개를 붙여 “성성”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그를 보고 “성성아”라고 부릅니다. 나의 친구 성성이는 마치 하느님처럼 가난한 이에게 자비를, 언제나 자신의 감정에 관계없이 베풀고 있습니다. 그는 하느님의 육화입니다.


그리고 또 나와 친한 매우 재미있는 정신장애인은 언제나 나에게 자신의 빈손을 보여줍니다. 내가 “돈 있어요?” 라고 물어보면 자신의 빈손을 보여줍니다. “밥 먹었어요?”라고 물어봐도 자신의 빈손을 보여줍니다. 마치 하느님처럼 나에게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돌아감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그는 나에게 하느님의 가르침이고 하느님의 육화입니다.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하느님은 가난한 이와 동일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진리를 체득하게 해 주는 가난한 이가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이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육화하신 하느님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김규한․요셉 신부/그리스도수도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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